'빌라왕' 피해 기자회견 하는 임차인들<YONHAP NO-1192>
주택 1천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27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한 공유오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상황 및 요청사항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22.12.27 /연합뉴스

'빌라왕' 사망으로 곤경에 처한 피해자들이 구제 방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27일 '빌라왕' 사태 피해자들이 세종시에 모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상황을 알리는 한편,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수도권 일대에 빌라·오피스텔 1천139채를 보유하고 있던 '빌라왕' 40대 김모 씨가 사망하면서 임차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가 된 가운데, 임차인 절반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보험 미가입자들은 현재 경매에 부쳐진 김씨의 주택들이 낙찰돼야 그나마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차인 절반이 HUG 보험 미가입
악성임대인 공지의무화 등 요구


하지만 김씨가 종합부동산세 62억원을 체납해 경매에서 낙찰되더라도 해당 금액이 밀린 세금을 변제하는데 우선 쓰이는 만큼 돈이 제대로 반환되지 못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12월26일자 2면 보도=경매는 유찰, 우선권은 체납세… 사기 전세보증금 회수 '캄캄'). 이날 피해자들은 이 같은 내용을 비롯해 제각각 처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또다른 '20대 빌라왕' 사망으로 피해를 본 임차인들도 참여했다. 20대 송모씨는 인천 미추홀구 등에 빌라·오피스텔 수십채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지난 12일 숨지면서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송씨는 임대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임대보증금 보증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인의 갑작스런 사망 후 1년 넘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도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한 피해자는 서울 등지에 주택 240채를 보유하던 임대인이 지난해 7월 사망한 후, 1년 반이 다 된 지금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은 이미 임대인 사망에 따른 피해사례가 1년 전부터 있었는데도 정부나 HUG가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을 비판했다.

이날 피해자들은 악성 경제 사범에 대한 검찰의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 임차인 상대 악성 임대인 보유주택 공지 의무화 법안 제정, 주택 매입 사전 심의 강화, 피해자 전세자금 대출 연장 등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한해 23만2천812세대가 보증보험에 가입했고 지난해 전체 발급된 23만2천150세대를 넘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보험 발급 금액도 올해 54조2천280억원으로 지난해 51조5천508억원 보다 3조원 가량 늘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