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고모(20대)씨는 일주일 동안 파손된 차량을 몰고 출퇴근했다. 도로 미끄러짐 사고로 차량 앞범퍼가 파손돼 정비소를 방문했지만, 수리 차량이 몰려 10일 뒤에나 접수가 가능해 당장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서다. 이후 고씨는 인근 정비소 3~4곳을 더 방문해 겨우 접수 가능한 곳을 찾아 예약했다. 가뜩이나 업무상 차량 운행이 잦은 고씨는 미뤄진 수리 일정에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고씨가 방문했던 수원시 영통구의 한 차량 정비소는 27일 오전 사고·정비차량이 100대 가량 모여 있었다. 경미한 손상으로 보이는 차량부터 앞뒤 범퍼나 측면부가 훤히 드러난 차량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 정비소는 올 겨울 들어 사고·정비 차량이 하루 30~40대 꼴로 접수되고 있다.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날 역시 사고 접수를 하려면 다음 주 월요일 이후까지 일주일 이상 대기해야 했다. 이어 방문한 용인시 기흥구, 성남시 분당구의 차량 정비소 두 곳도 구역 내 예약번호를 붙인 대기 차량으로 가득했으며 최소 5일에서 최대 2주는 기다려야 수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최근 반복되는 한파와 폭설로 도로 미끄러짐 사고가 속출하면서 정비소들이 '마비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차량이 한때 몰리며 수리 기간을 제외한 예약 대기 기간만 평균 일주일 이상 소요되면서 불편은 가중되는 실정이다.
겨울철 도로 빙판길 미끄러짐 속출
평소보다 접수 2배 이상 몰려 '북적'
부품 수급 늦어져 작업 일정도 차질
도로교통공단은 이 같은 겨울철(12~2월) 도로 빙판길·눈길 사고가 3년간 584건에 달했으며 사망자도 27명이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코로나 이후 부품 수급 문제로 정비업계의 업무 처리는 적체 상황이었다. 오산의 한 정비업계 종사자는 "2020년 이후 부품 수급이 늦어지면서 일주일에서 최대 6개월까지 대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겨울철 도로 교통사고까지 겹쳐 고객들이 제때 수리받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제설업무 자체는 시군에 위임돼 있지만 도 차원에서도 터널 앞 등 상습 결빙구간을 지정해 사전에 제설제를 뿌리거나 자동제설장비를 상시 가동하면서 미끄럼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90일간 교통 안전대책을 세워 블랙아이스로 인한 미끄럼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대책반을 운영하고 비상근무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