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입장이 팽팽히 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무기명 투표로 본회의에 부의 요구했다.
야당 위원장이 있는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을 여당 위원장이 있는 법사위에서 심의하지 않자, 국회법 절차를 가져와 다수의석을 차지한 본회의장에 회부한 사례로, 21대 국회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광주갑)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농해수위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부의요구했다.
국회법 86조 3항은 법사위가 이유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심사대상 법률안의 소관 위원회 위원장은 그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 여야 간사간 합의가 있다면 서면으로 요구할 수 있지만, 합의가 안되는 경우 본회의 부의요구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되 재적위원 5분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농해수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법사위에서 두 달 넘도록 처리되지 않아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
野 개정안, 與 위원장인 법사위서 처리 미뤄 회부… 21대 국회 첫사례
與 "논의 거부 7번째 날치기 시도" vs 野 "타협의지 없어 불가피 조치"
이날 여야는 해당 안건을 두고 날 선 대립을 했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해당 안건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의사일정"이라며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논의하자는 국민의힘 제안을 거부하고, 법사위 심사 관계 없이 본회의에 부의하겠다고 한다. 지난 9월부터 오늘까지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민주당은 7번째 날치기 처리 시도 중이다. 국회법 절차를 무시한 야당의 폭거를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쌀 과잉공급에 대비한 예외조항을 두자고 여당에 수차례 제안했는데도 무조건 '안 된다'라고만 주장하기 때문에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며 "(본회의 부의 요구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맞섰다.
이에 소 위원장이 같은 법 86조4항에 따라 부의 요구를 한 뒤에도 본회의에 회부되기까지 30일 동안 여야 합의를 기다리므로 이 기간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수정안을 발의해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야당의 강행 처리에 대해 장외에서 비판을 가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의총에서 민주당을 향해 "제발 정신 차려라"며 격노했고, 의원들의 비난 성명전이 이어졌다.
주 원내대표는 "뭐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서 졌는지 알고, 의석수 갖고 폭거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 활동하는 최춘식(포천 가평)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엉터리 법안으로 진행 절차와 명분 측면에서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며 "막대한 재정을 수반하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법정비용추계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폭거의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이날 상임위에서는 의결 전에 민주당이 '본회의 부의 의결 보도자료'를 사전 배포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외압'에 의한 강행처리라며 한 때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정의종·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