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제2경인고속도로 대형화재
29일 오후 추돌사고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 2022.12.29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46명의 사상자를 낸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12월30일자 1면 보도=과천 방음터널 화재… 5명 사망 37명 부상)은 소화전이나 제트팬 등 방재 설비가 갖춰져 있었음에도 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음 터널의 플라스틱 재질이 화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전문가들은 방음 터널 내에서 방재 설비가 화재 진화 작업에 무용지물이었던 만큼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화기·소화전·비상경보설비 있었지만
불 옮겨붙으며 시민들 대피해야할 상황
소방당국 도착해서야 본격 화재 진압

30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9일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은 지난 2017년 9월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가동됐다.

방음터널은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라 방재시설 설치를 원칙으로 한다. 해당 방음터널은 2등급으로 소화기구, 옥내소화전 설비 등을 구비하고 있었다. 소화기 70대, 소화전 35대, 비상경보설비 35대, 시각경보기 35대, 비상방송설비 35대, 비상조명등, 송수관, 비상콜센터, 제연 설비(제트팬) 등이 갖춰져 있었다.

[화보] 제2경인고속도로 대형화재
29일 오후 추돌사고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 2022.12.29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피난연결통로·격벽분리형 대피통로 없어
'교량 위 위치' 설치 어렵다는 이유로 면제
경찰, 방재시설 작동여부도 살펴볼 계획

하지만 불이 방음벽으로 옮겨붙으면서 급격하게 번지자 방재 시설들은 진화 작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방음터널 안에 있던 시민들은 대피하기에 바빴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도착해서야 본격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는 피난 시설도 전무했다. 해당 터널은 2등급으로서 피난연결통로와 격벽분리형 피난대피통로를 만들었어야 했지만, 교량 위에 위치한 터널이어서 대피 시설을 짓기 어려운 이유로 다른 방재시설을 추가로 마련하면서 면제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도로 내 설치된 방재 시설들이 적절하게 작동했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민자고속도로 내에 설치된 터널 제연 설비(제트팬)가 민자 각 고속도로 터널 특징에 맞지 않고, 화재의 위치와 화재 차량 종류에 따른 운전 조건도 마련되지 않아 화재 차량 전후방에 있는 운전자가 대피하기 곤란해지거나 추가 사고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화보] 제2경인고속도로 대형화재
29일 오후 3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2.12.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전문가들 "방재시설 화재 근본적 진압 못해
불연성 소재·대피로 확보 등 해결책 필요"

전문가들은 방재시설은 화재를 근본적으로 진압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형 화재로 번지게 된 방음터널 소재를 강화유리 등 불연성 소재로 바꾸고, 대피로 확보와 신속한 구조 활동 체계를 갖추는 등 종합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도로에 설치된 방재시설은 화재를 예방하는 보조 수단일 뿐"이라며 "'무작정 방음터널을 만들면 안 된다', '방음터널 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등 단편적인 해결책이 아닌 방음터널을 안전하게 만들고 이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근·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