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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맞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흉상 2일 오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관계자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흉상을 정성스레 닦고 있다. 평생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다 지난달 26일 별세한 고(故) 이옥선 할머니의 흉상은 오는 8월 14일 기림의 날 행사 때 이곳에 들어선다. 2023.1.2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새해 첫날 찾은 광주 퇴촌면 나눔의집에는 18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흉상이 자못 쓸쓸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 얼굴들에는 그간 못다 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했다. 오는 8월 14일 열릴 기림의 날 행사 땐 지난달 26일 이곳에서 영면한 고(故) 이옥선 할머니의 흉상이 들어선다.

이 할머니는 평생을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해왔지만, 끝내 그 사과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가 숨지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40명 중 10명이 남게 됐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의 평균 나이는 93살이다.

지난달 이옥선 할머니도 영면
위안부 피해자 이제 10명 남아

나눔의집에서 만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4) 할머니는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바라고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도 몇 명 남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일본이 사죄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눔의집에서 위안부 피해자 역사관을 둘러보던 모기 수스무(35·일본 군마현)씨는 "일본은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려고 한다. 일부는 위안부 소녀상을 전시해놓고 몹쓸 짓을 하기도 한다"며 "누군가 '위안부가 뭐냐', '소녀상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해주려고 여기에 왔다. 지금이라도 일본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화보] '할머니 흉상이 춥지 않도록'
2일 오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관계자들이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정복수 할머니 흉상에 목도리를 매드리고 있다. 평생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다 지난달 26일 별세한 고(故) 이옥선 할머니의 흉상은 오는 8월 14일 기림의 날 행사 때 이곳에 들어선다. 2023.1.2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일본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도 남아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변제금을 지급하기 위한 정관 개정 작업을 이르면 이번주 내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 판결을 받아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하는데, 그 책임을 한국 정부가 떠안으려는 상황이다.

재단 관계자는 "한국에서 유일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지원 기관으로, 정부는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재단도 국고보조금을 받는 공공 기관으로 사전 준비를 하지 않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2018년 대법원 배상 확정 판결
한국 정부가 책임 떠안으려 해
당사자들 "일본 면책시키는 꼴"


이런 조치에 대해 일본군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법률 대리인단 등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배상금 변제 방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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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관계자들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흉상을 정성스레 닦고 있다. 평생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다 지난달 26일 별세한 고(故) 이옥선 할머니의 흉상은 오는 8월 14일 기림의 날 행사 때 이곳에 들어선다. 2023.1.2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이들은 "일본 정부가 대법원 판결로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온 한국이 해결하라는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것은 외교적 참사"라며 "말 그대로 일본을 면책시켜주는 방안"이라고 했다.

또 "지원재단을 그 설립 취지와 목적과는 전혀 다르게 운용하려는 방안이어서 부당하다. 강제동원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수십년을 싸운 피해자들은 피해자 지원재단과 싸우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며 "일제 시기 인적 수탈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강제동원 문제가 이렇게 정리된다면 피해자들이 권리를 찾고자 일본 기업을 상대로 수십년이 넘는 소송 끝에 승소했으나 일본 정부의 반발에 굴복한 한국 정부가 결국 그들의 승소 채권을 모두 소멸시켰다고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중근 의사를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이 상영되는 가운데 일본의 일부 누리꾼들이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의 역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시은·김동한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