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의 한 신축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김모(32)씨는 지난해 4월 본인이 전세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았다. 전세 계약 종료 4달을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옆집이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자 임대인의 빚 때문에 주택이 압류돼 있었다.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보험도 들지 않은 상황이라 보증금 2억여원을 돌려받을 길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임대인이 건물이 지어진 지 1년이 지나야 보험에 들 수 있어서 그때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거 믿고 기다렸는데 확인해 보니 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조치가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가입할 수 없는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전세 사기 피해자 절반 이상이 보험 미가입자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나중에 들어주겠다" 어물쩍 계약
2년뒤 전세금 반환 요구할땐 잠적
정보공개 제도 등 대책 마련 절실
보증보험은 전세 계약 종료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돌려주는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책임지는 보증상품이다.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먼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급해준 뒤,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해당 금액을 받는다. 전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전세 사기 피해가 증가하자 정부는 2021년 8월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지만, 사고 피해는 끊이질 않고 있다. 임대인이 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인 터라 임대인이 임차인을 언제든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임대인은 세금을 체납 했거나 전세 사기 이력이 있으면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하지만 임대인은 일단 임차인에게 보증보험을 들어주겠다고 속인 뒤 계약을 체결한다. 전세 계약시엔 깨끗한 등기부등본만 보고 계약을 진행해 임차인은 이런 상황을 모를 수밖에 없다.
이후 임대인은 가입이 거절됐다는 핑계를 댄다. 2년 뒤 전세 계약이 만료돼 임차인은 전세금을 반환해달라고 하지만, 임대인은 이미 잠적한 상황이다.
실제 수도권 일대에서 200명 이상에게 전세 사기를 벌인 김모(40)씨가 소유한 1천139채 중 보증보험에 가입한 건은 614건으로 약 절반 수준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구속된 권모씨 일당에게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의 대다수도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계약시 세금 완납 증명서를 제출하는 등 임대인이 가입 대상에 포함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제출 제도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법무법인 로윈 조세영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세금 완납 증명서를 제출하는 등 임대차 계약시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