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 날쌘 동물의 상징을 의식이라도 하듯 정치권은 22대 총선을 향해 빠르게 대오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야 정당은 새해 첫날인 1일 일제히 각 당사에서 신년 인사회를 갖고 '내년'으로 앞당겨진 총선을 향한 몸 풀기를 시작했다.
이에 더해 국회에서도 선거법과 선거구획정 등 정치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이 본격화될 것이어서 총선 시계는 보다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등 정개특위 본격 나설듯
올 한해는 22대 총선을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먼저 현행 선거제도인 소선거구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승자독식 구조로 유권자들의 뜻을 오롯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점쳐진다. 소선거구제의 폐단을 극복하고 지역의 균형을 잡기위한 논의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중·대선거구제를 정치하기 전부터 선호해 왔다"고 했던 것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 다양한 의사가 정치로 수렴되려면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국회의원 선출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중대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 등의 다양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선거법 개정 시한인 4월10일까지 복수의 선거제도 개혁안을 제시하기 위해 위원회 가동을 서둘렀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소위에서 이미 개정요구 내용을 살피는 1회 독(讀)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직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초반이지만, 의원들이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 등에서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거나 여론 조성에 나서고 있다.
국힘 '시간은 우리편' 尹대통령 제시
3대 개혁 속도… 지지율 반등 노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결론에 따라 향배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제시하면서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밝힌 것도 불의와 타협은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는 "기득권의 집착은 집요하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리는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다"며 도약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당사에서 신년인사회를 가진 국민의힘 또한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인식을 하고 윤 대통령이 제시한 3대 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비롯 여소야대 정국이긴 하지만 정면돌파로 정국을 이끌어 가겠다는 인식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민주 "일방적 지배 난무하는 시대"
이재명 사법리스크 결론따라 향배
민주당 이 대표도 이날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안타깝게도 타협과 조정을 통해 희망을 만드는 일이 많이 사라지고 폭력적, 일방적 지배가 난무하는 시대"라고 하거나 김대중재단 신년하례식에서도 그는 같은 지적을 하며 "정치가 사실 사라졌다"고도 했다.
이 대표가 자신을 포함한 야당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을 비롯해 국회 원내에서도 여야 간 협상이 원활하지 않은 데 대해 윤석열 정부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는 진실 여부를 떠나 총선을 1년 앞둔 야당을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시계'를 묻자 "이재명 대표가 검찰 수사를 버틸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당의 앞날이 뒤바뀔 상황에 앞을 어떻게 내다보겠나"라며 "의구심이 커지면 비대위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의 "노동자·서민위한 정치개혁"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신년사에서 "우리 정치는 대통령과 당 대표를 지키기 위한 무한 대립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는 스스로 국민들과 멀어지기라도 작정한 듯, 우리 삶과 무관한 그들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거대 양당을 비판했다.
이어 "피해갈 수 없는 대전환의 시대에 노동자, 서민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치개혁을 기필코 해내겠다"며 "무엇보다 더는 대형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사회를 위한 대장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의종·권순정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