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선감학원 피해자들을 만났을 때 이 구절이 떠올랐다. 사춘기 시기를 선감학원에서 보낸 피해자들은 아직도 선감학원 원생 티를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퇴소한 지 4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악몽과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인터뷰 중 그때가 떠오르면 눈물을 흘렸다. 상처가 마음속 깊이 자리한 탓이었다. 피해자들은 대체로 11살 나이에 끌려와 4년 이상을 강제 수용됐다. 교육은커녕 학대와 고문, 고된 노동이 일상이었다. 선생과 직원에게 따질 수도, 반항할 수도 없었다. 어른으로 성장할 시기에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던 피해자들은 백발의 노인이 돼서 지금의 자신을 만든 세계와 투쟁하기로 했다. 2012년부터 단체를 조직해 자신이 부랑아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렸고, 강제로 수용해 폭력을 저지른 국가에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해엔 노력이 일부 결실을 맺었다. 원생이 묻힌 묘역 시굴 작업 결과 5개 봉분에서 모두 아동 유해가 발견됐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피해자는 위로금과 생활비를 지급 받게 됐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사과와 모든 피해자 배·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백발 소년의 새해 소망은 그 시절 상처를 오롯이 극복하고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백발 소년이 국가의 사과를 받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대다수가 고령에 접어들었고, 해마다 한두 명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앞으로의 길이 지난하겠지만 역사적 진실은 언제나 소년들의 편이다. 백발 소년의 새해 소망을 진정으로 응원한다.
/김동한 사회교육부 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