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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효은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기자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 한숨으로 시작했다. "보증금 1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지금 사는 집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며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엔 시름이 가득했다.

두 달 전 '전세사기 피해자 법률지원 접수처'가 마련된 인천 미추홀구청 복도는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평일 오전에 생업을 제쳐놓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인 이들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다른 아파트에 살지만, 집주인의 이름이 같다는 사실을 알아챈 피해자들도 더러 있었다. 집주인이 부유한 자산가라는 부동산중개업자의 말까지 똑 닮아있었다.

 



같은 집주인에게 당한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추홀구 일대 피해자들은 대책위원회를 직접 꾸렸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는 공동주택 21곳의 입주자 대표가 참여하고 있다. 위원회는 2천여 가구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평생 모은 보증금을 한순간에 잃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실어증이 온 피해자가 있다는 사연을 대책위를 통해 전해 듣기도 했다.

최근 연락이 닿은 또 다른 20대 피해자는 같은 아파트 이웃집의 경매가 이미 진행되고 있던 지난해 여름,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부동산을 통해 전세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대책위도 피해 가구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이 피해 가구인지 모르고 있는 세입자의 집도 경매로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앞으로 전세로 집을 구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피해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보금자리를 찾는 세입자들의 소망은 물거품이 됐고, 전세제도에 대한 신뢰도 깨졌다. 개인의 부주의만을 탓하기엔 피해 가구가 너무 많다. 정부가 이제 막 제도를 손보고 있지만, 전세살이하는 이들의 불안을 없애기엔 역부족이다. 더 늦기 전에 이번 사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은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백효은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