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장점은 '진정성'이다. 여러 명의 전임 지사를 지근 거리에서 경험해 본 경기도의 한 고위공직자는 김동연 지사에 대해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졌다'고 평가했다. 행정가 출신 지사들은 일을 '머리'로만 했고, 정치인 출신 지사들은 '가슴'을 앞세워 왔다는 것. 반면 김 지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발휘하는 큰 장점을 지녔다는 평가였다. 지난해 전 국민을 울린 이태원 참사 당시 김 지사의 대응은 이러한 김 지사의 장점을 잘 드러낸다. 그는 먼저 가슴으로 일했다. 도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이후 종료일까지 매일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고, 운영 마지막 날에는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및 도 국·실장과 함께 합동 조문까지 하며 애도에 '진심'을 담았다. 특히 정부 방침과 별도로 합동분향소 운영과 조기 게양을 연장하기도 했다. 머리로는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예방·대처·수습 3단계에 걸친 대책 마련을 재빠르게 내놨다. 안전예방핫라인 구축, 도민안전 혁신단 출범, ICT 기반 스마트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골자로 하는 '경기도 도민안전대책'은 다른 광역단체는 물론 중앙정부보다도 빠르고 세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 '진정성' 장점
업무보고 등으로 행사 늦어져 오해 받기도
이런 김 지사의 '진정성'이 가끔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 시간에 대한 관념 때문이다. 김 지사는 무언가에 집중하면, 먼저 그 일을 해결하는 데 최우선을 둔다는 게 가까이서 모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 처리에 집중할 때면 누구의 간섭을 받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 가끔은 불호령도 떨어진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기도 하다. 업무 보고에도 토론이 동반되고, 이에 시간이 연장되기 일쑤다. 공직자도 언론도 모두 김 지사만 쳐다본다. 김 지사를 도와주는 사람이 부족한 탓이다. 이 때문에 도청 내부에서는 '김동연 타임'이라는 말이 생겼다. 지사에 대한 업무보고 등으로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각종 미팅이나 행사에 늦어지는 일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30분 이상 지연되는 경우도 많아,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 공직자들의 또다른 노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
고유명사가 된 '김동연 타임'의 실제 사례도 많다. 지난해 말 김 지사가 경기지사 선거운동 당시 '당선되면 또 와달라'라는 약속을 지키려 연천군을 찾아 주민들과 1박을 한 감동적인 사례 속에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숨겨져 있다. 방문 이틀째 연천군 전곡읍 첫머리거리 입구에서 '민생현장 맞손토크'를 하기로 하고 지역민들이 모여 있는데, 지사는 약속한 시간이 지나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전에 주민들을 위한 노래 공연 등이 있었는데 레퍼토리가 떨어져 진행자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각종 기자회견에도 '김동연 타임'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워낙 꼼꼼한 성격이어서, 회견문 하나하나를 직접 수정하는 과정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장 기자들과 데스크 사이에서도 의례적으로 30분 늦는 '김동연 타임'은 익숙해 져 있다. 새해는 뭔가 달라질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지난 2일 첫 내부행사인 실·국장 및 부단체장 임용장 수여식도 직전에 30분 미뤄졌다.
집권 2년차 분업 실종 '수석'들 보이지 않아
쓴소리 못하는 참모들… '기회'는 많지 않다
웬만한 국가 규모보다 더 많은 행정을 다뤄야 하는 경기도지사의 시간은 분·초를 다툰다. 해야 할 일도, 결정할 일도 많다. 퇴근도 없고, 주말도 없는 게 지사의 일정이다. 지사가 직접 시계를 쳐다보고 일정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런 사정을 너무 잘 아는 김 지사는 과거 청와대 현 대통령실과 비교되는 각종 '수석(首席)'자리를 더 많이 신설했고, 일을 분담하거나 보좌해주길 원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집권 2년 차에도 분업은 실종됐고, 수석은 보이지 않는다. 가끔 새롭게 영입된 고위직 인사가 아무개 수석의 추천이었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공식화된 직함인데 일은 '비선(秘線)'처럼 한다. 나서서 일을 진두지휘하기 보다는 뒤에서 보이지 않게 조종하는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기회의 경기'를 적극 알려야 할 텐데 여전히 김동연 '원맨 플레이'다. 이들의 이 같은 업무 태도는 지사에게 부담이 된다. '김동연 타임'은 열심히 일하는 김 지사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김 지사의 소중한 시간을 뺏고 돕기는커녕 쓴소리도 못하는 참모들의 잘못이다. 경기도와 도민들이 '수석'들에게 줄 '기회'는 많지 않다는 것을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
/김태성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