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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시내 한 공사장의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경인일보DB
 

4일 오전 과천시 갈현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신축 공사현장. 이곳에선 매일 오전 6시30분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150여명이 추가 고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9일째 접어든 건설노조의 집회 탓에 공사장 인근 군부대에서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 기상 전부터 울려대는 확성기 소음 때문이다. 다만, 비조합원이나 건설기계가 공사장에 드나드는 것을 방해하는 등 위협적인 행동은 없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공사 관계자는 "소음은 여전하지만, 정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발표한 이후 노조의 집회 방식에도 변화가 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과천 지식산업센터 신축 공사장
조합원들 집회 조심하는 분위기


경찰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선 지 한 달가량 지났다. 경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한 만큼 노조 역시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 조심하는 분위기가 단속 초기에 감지된다. 건설업계는 불법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노조는 불법의 이미지를 덧씌웠다는 불만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찰청은 건설현장에 만연한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공정한 채용 질서를 회복하겠다며 지난달 8일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에 돌입했다. 이번 단속은 오는 6월25일까지 200일간 진행된다.

경찰은 노조가 위력을 행사해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폭력과 협박으로 돈을 뜯어내는 행위, 특정 집단의 채용과 건설기계 사용을 강요하는 행위 등을 중점단속한다. 특별단속의 추진단장은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이 맡았고, 각 시·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경찰관들이 총동원됐다.

이번 단속을 위해 종합대응팀을 구성한 경기남부경찰청은 관내 건설 현장의 범죄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현장에서 관례처럼 이뤄지던 불법행위의 단서를 구체적으로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협박전화 요즘엔 줄었다"
"정당한 요구도 협박으로 몰아"


건설업계는 특별단속에 따른 현장의 변화를 단속 초기부터 체감하고 있다.

철근콘크리트 전문 건설업체의 한 임원은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군소노조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 보통 조합원 고용을 해달라고 말을 꺼낸 뒤에 (노조) 전임비 130만~150만원을 요구하는 식이었다"며 "현장 사진을 찍어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는 통에 이런 요구를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물가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노조에 드는 불필요한 지출 탓에 공사금액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며 "경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진술을 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데, 이번 단속을 통해 불법행위가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반면 노조 측은 정부와 경찰이 정당한 노조 활동까지 불법으로 낙인 찍으며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회는 (사)철근콘크리트 서·경·인 사용자연합회 등과 임단협 교섭을 통해 고용·임금 수준을 결정하는데, 이런 절차와 결과까지 공갈·협박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노조 수도권남부지역본부 관계자는 "건설노동자들은 현장에서 길어봐야 6개월 정도 일한다. 현장이 없어지면 고용상태가 해지되는 불안정한 상태고, 건설노동자의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라고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교섭에 따른 정당한 고용 요구까지 공갈·협박으로 몰아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현장이 늘고 있다. 오히려 경찰이 특별단속을 하면서 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사업장이 증가했다"고 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