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을 빼고 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를 전부 해제했다. 3월부터는 분양가와 관계없이 모든 주택에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지는 등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의 대못들을 다 뽑아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지역 해제는 벌써 네 번째이다. 그만큼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엄중하게 본다는 의미이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재작년 4만여 건에서 작년에는 겨우 1만 건에 그치는 등 72%가 줄었다. 또한 지난해 11월까지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6만 가구로 분양시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1년 전에 발표한 2023년 성장률 전망치 2.5%에 비해 0.8%포인트를 낮춘 것이다. 1년 사이에 전망치가 1%포인트 가량 차이 난 것은 '이례적'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탓도 있으나 건설 투자 축소가 결정적이란 해석이다. 부진한 건설 투자가 성장률 후퇴를 초래한 주원인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미 건설경기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작년 하반기 종합건설사의 폐업신고는 180건으로 재작년 하반기보다 30% 이상 늘었다.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강원 레고랜드 채권부도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마저 막히면서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PF란 석유탐사나 발전소, 공항 건설처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때 완공 후 사업운영을 통해 벌어들일 미래수익을 추정해서 무담보 신용으로 사업비를 대출해주는 금융기법이다. 고위험을 담보한 고수익 금융상품인 것이다.

지난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금융권의 부동산 PF대출 규모는 140조6천억원으로 은행 대출 30조8천억원과 보험증권 캐피탈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빌려준 금액은 109조8천억원이다. 부동산경기 냉각으로 미분양이 속출하면 2금융권의 부동산 PF대출이 금융시장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3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금융에 우려를 표명한 이유이다. 이번 조치로 주택가격의 낙폭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고금리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안심하긴 이르다. 부동산발 경제위기는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