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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다른 지역 친구들과 사귈 수 있는 '만남의 장소'로 오락실을 찾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오후 안양시 동안구의 한 오락실에서 청소년들이 모여 리듬 게임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2023.1.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판교에서 평촌까지 왜 온거예요?", "여기 오면 학교·학원 친구들 말고 다른 지역 친구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5일 오후 안양 범계역 인근 한 건물 지하층은 엄동설한이 무색할 정도로 열기를 뿜었다. 패딩을 벗은 10대들은 음악에 맞춰 팔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오락실 최고 인기 기계 '마이마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가운데 화면에 리듬에 따라 변하는 그래픽이 노출되고 10대들은 분주히 손을 놀려 버튼을 눌렀다. 리듬이 일치할 때면 나타나는 불빛이 흥미를 주는 게임이었다.

PC게임 벗어나 찾는 10대들 늘어
다른 지역 또래 만나는 문화 공간
인기기계 '마이마이' 손맛에 열광

주로 온라인 채팅으로 대화하며 집에서 즐기는 모바일·PC게임을 벗어나 오락실을 찾는 10대가 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10대들은 오락실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학교·학원·가정으로 일상이 고정된 이 시대 10대들에게 오락실은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탈출구 역할을 한다. 이날 오락실에는 성남, 안산을 비롯해 서울 왕십리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10대들 30명이 게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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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게임 고유의 '손맛'도 10대들이 오락실에 열광하는 이유다. 버튼을 누를 때 느껴지는 특유의 '손맛'은 키보드나 마우스로는 느낄 수 없는 '비교 불가 영역'이라 한다.

김도환(성남·17)군은 "앉아서 키보드만 누르는 PC게임과는 전혀 다른 재미가 있다. 게다가 요즘 오락실 리듬게임 기계는 버튼만 누르지 않고 노브를 직접 돌려 조절하는 방식이라 더 재밌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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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다른 지역 친구들과 사귈 수 있는 '만남의 장소'로 오락실을 찾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오후 안양시 동안구의 한 오락실에서 청소년들이 모여 게임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2023.1.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오락실에서 노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건 Z세대가 오락실을 향유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또 다른 인기 리듬게임인 '사운드볼텍스'의 고난도 스테이지를 연속해서 끝마치는 모습이 SNS를 통해 송출되자 화면에는 "멋지다", "신기하다"는 반응이 즉각적으로 올라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락실은 학교나 학원과 달리 경쟁 없이 또래와 취미를 나눌 수 있는 심리적으로 편안한 장소다. 일부 10대들이 이런 놀이 장소에서 공통의 관심사로 소통까지 한다는 점에서 문화 공간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짚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