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신세계그룹 계열사 (주)신세계인터내셔날 계약직 직원으로 일했던 A(27)씨는 당장의 생계가 막막해졌다. 최소한의 대비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회사로부터 계약종료 통지를 받고, 한파가 닥친 고용시장에 떠밀리듯 나왔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2021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국내 유통하는 수입 향수 브랜드의 부천 소재 매장에서 기간제 판매 사원으로 근무했다. 연봉계약서상 계약종료 시점은 지난달 31일이었지만, A씨는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회사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이번 달 근무표에 자신의 이름이 정상적으로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된 것으로만 짐작했다.
갑작스런 퇴직 통보에 생계 막막
A씨는 올해 첫 출근일 전날이던 3일, 본사 인사부서에 재계약과 관련한 내용을 직접 질문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부서 직원은 A씨에게 "퇴직 관련 전달이 늦었다"면서 퇴직 안내서 파일을 보냈다. 지난 2년간 신세계인터내셔날 직원으로 일한 A씨는 허무할 만큼 간단하게 회사로부터 정리됐다.
A씨는 "계약종료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 이직 준비라도 했을텐데, 그럴 기회조차 없어 일자리를 급하게 구하고 있다"며 "아웃소싱을 포함해 3년 정도 일했다. 하루아침에 퇴직을 한다는 게 화가 나고 슬프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통상 계약종료 한 달 전에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이번에는 부서 간 소통에 오류가 있어 실수를 했다. 해당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같은 브랜드의 다른 매장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 무력화' 사례 잇따라
한편 A씨와 같은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개선하고자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무력화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기간이 만료되기 일정 기간 이전에, 갱신 여부 및 갱신 거절의 사유 등을 근로자에게 통지하도록 한다'고 정했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직원수 1천명 이상 물류전문기업인 (주)명일이 계약만료일 하루이틀 전에 직원들에게 계약종료를 통보해 논란(1월3일자 1면 보도="설명 없이 계약종료" 삼성전자 하청업체 노동자들 '부당해고' 주장)을 빚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권고안이기 때문에 강제력은 없다"며 "근로감독관이 현장 지도를 하거나 사업장 컨설팅을 할 때 해당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게끔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