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성 폴리카보네이트(PC)로 제작돼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 아케이드(1월 9일자 1면 보도=전통시장 지붕 80% '가연성'… 소방법 사각)의 교체를 막는 것은 영세 상인들이 관련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고, 건물주와 거주민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아케이드는 상인회가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을 신청하면 평가를 거쳐 설치된다. 국비 60%, 지방비(도·시) 30%가 지원되며 나머지 10%는 상인회 및 건물주가 자부담한다.
수원 팔달문시장, 안양 중앙시장, 오산 오색시장 등 일부 구간은 15년 이상 노후한 아케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아케이드는 10년 이상 노후화되면 내구성이 약해져 햇빛투과율이 떨어지고 빗물이 샌다. 이에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하지만, 일부 전통시장은 비용 부담이 커 교체를 미루고 있다.
점포당 수백만원, 영세업주 난색
경기도내 상인회에 따르면 200m 길이의 아케이드 구간을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10억원에서 15억원이다. 90%를 지원받아도 상인들은 1억원에서 1억5천만원 정도를 부담한다. 200m 양쪽으로 점포가 50개 있다고 가정하면 한 점포당 부담하는 비용은 200만원에서 300만원이다. 단가가 높은 불연재인 강화유리 등을 사용하면 비용은 1.5배가량 늘어난다.
따라서 여건이 되지 않는 상인회는 아케이드 교체를 망설이는데 코로나19 시기 전통시장 경기가 침체돼 상황이 어렵다는 게 상인회의 설명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자부담 비율이 10%라도 애초에 교체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인회 입장에서도 쉽게 신청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용을 충당할 수 있어도 건물주와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부천 역곡 남부시장은 2019년부터 기존 노후화된 천막을 대체하기 위해 아케이드 설치 계획을 세웠다.
"화재 막으려면 자부담률 줄여야"
하지만 3년이 흐른 지난해가 돼서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현대화 사업에 신청하려면 건물주 50여 명과 인근 주택 주민 90% 이상 동의를 구한 뒤 인감도장까지 받아야 하는데, 일부 반대에 부딪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부천 역곡 남부시장 상인회 측은 "화재 예방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선 아케이드가 꼭 필요한데 절차가 까다로워 3년이나 걸렸다.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단 건설분야 교수는 "무방비 상태에서 결국 큰 화재가 나면 피해를 보는 건 제3자인 시민들"이라며 "상인들이 소규모 영세업자가 대다수라 추진할 여력이 없으니 상인 자부담률을 줄여주거나 지자체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