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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3.1.6 /연합뉴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이기영(31) 사건(1월2일자 19면 보도=경찰, 이기영 주변인 조사… 추가 범행 또 나올까)이 경찰을 거쳐 검찰로 송치됐지만 여전히 피해자 시신 행방은 해결되지 않은 퍼즐로 남아 있다. 전문가는 이기영이 '시신 없는 살인'을 인지하고 거짓 진술을 하며 주도권을 쥐려 한다고 분석한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이기영의 동거녀 A씨 시신 수색 작업은 10일 보름째에 접어들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이기영이 A씨의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했다고 자백했으나, 돌연 "경찰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시신을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바꾸는 등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전문가는 진술을 뒤집으며 마치 범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경찰과 팽팽한 심리전을 벌이려는 듯한 이기영의 태도를 두고 "특정한 목적이 있는 계산된 행동"이라 지적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이기영의 진술은 불안한 심리 탓에 오락가락한 게 아니다. 오히려 시신은 물론 범행도구 등이 없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씨의 살인을 은폐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일관된 행동일 수 있다"고 짚었다.

"공릉천변 유기 → 매장" 수사 혼선
사건 주도권 쥐려는 '계산된 행동'


이기영의 대범한 행동 저변에는 범죄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발견되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해 8월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A씨에 대한 실종신고가 그간 경찰에 접수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여성의 행방을 찾지 않는 상황을 지켜보며, 혹여나 살해 흔적인 혈흔이 발견돼도 DNA 대조군을 쉬이 찾지 못할 거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6일 이기영의 방에서 나온 여성 두 명의 혈흔 중 하나가 A씨의 것이라는 DNA 감식 결과가 나오기는 했으나, 살인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부모 등 확실한 DNA 대조군과 비교한 게 아닌 집안 생활 흔적에서 발견된 DNA와 대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현재 이기영 방에서 나온 A씨의 것이라 추정되는 혈흔도 생활 혈흔인지, 범죄를 저지르다 발생한 혈흔인지 불분명하다"고 우려하며, "파주 공릉천변 일대도 낚시꾼이 자주 오가는 곳이기에 시신을 땅에 묻었다는 진술도 신빙성을 의심케 한다"고 했다.

결국 이기영의 행동에는 자백만으로 혐의를 입증하기 힘든 '시신 없는 살인'을 염두에 두고 형량을 낮춰 받으려는 속셈이 있는 것이다.

증거 없는점 악용, 범죄 은폐 목적
檢 '시신 없는 살인' 혐의입증 고려

지난 2019년 전 남편을 살해했던 고유정은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무기징역 판결을 받았다. 다만 고유정 사건에서는 범행 도구, 피해자 혈액 비산 흔적, 폐쇄회로(CC)TV 자료 등 간접 증거들이 다수 확보됐다.

경찰과 검찰은 핵심 증거인 시신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수색 작업을 펼치는 한편,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시신 없는 살인' 입증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일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공릉천 일대는 물론이고, 유실 가능성도 고려해 한강 하류 쪽까지 범위를 넓혀 수중 탐사를 펼치는 중"이라 했고, 검찰 관계자는 "시신 없는 살인까지도 염두에 두고 혐의를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환기·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