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이 여론과 급격히 멀어지고 있다. 전당대회 준비과정에서 노출된 정치적 이상 징후 때문이다. 소위 윤핵관들의 일사불란한 의지에 민주 정당의 다양성과 개방성이 압살당하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그 결과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편한 대표 후보들이 사라지고, 남은 후보들은 윤심만 복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표 선출 방식을 100% 당원투표로 전환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여야를 초월해 관행과 문화로 자리잡은 국민참여 선출 규정을 당내 여론 수렴 없이 과거로 회귀시켰다. 언론은 대통령에 비판적인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봉쇄를 위한 조치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명분이 아무리 그럴 듯 해도 제도가 사람을 겨냥하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다.

이렇게 제도 변경을 하고도 윤핵관 후보로 알려진 김기현 의원의 당원 지지도가 정체하자, 돌연히 윤핵관을 자처하며 출마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권성동 의원이 갑자기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대통령을 위해서라는 출마 포기 명분은 오히려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가 누구인지만 선명하게 여론에 노출 시켰다.

어제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위원장인 대통령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윤핵관의 일사불란한 사전 정지작업에도 불구하고 당원 지지가 가장 높았다. 그러자 난데없이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의 저출산 지원 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비난은 모욕적이고 거칠었다. 사퇴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멀리는 이준석 전 대표부터였다. 대통령에게 불편하고 성가신 사람들에게 기회의 문이 닫히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과 이들과의 내밀한 관계를 알 도리가 없다. 대통령이 이들의 정치적 고난을 직접 지시한 적도 없다. 하지만 배경에 대통령이 있다는 의심은 깊어지고 있다. 당내 비판자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대표 후보자들은 일제히 윤심을 외치고 있다.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목표를 뒷받침해 줄 일사불란한 여당을 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공정, 정의, 관용이 없는 일사불란은 국민의힘의 대중성을 축소시킨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지지기반을 국민의힘 골수당원, 윤석열 팬심에 고립시키는 행위이다. 이런 식이라면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과 구분되지 않고,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민주당을 이재명 대표 방탄 사당이라고 비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