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안성시 공도읍 한 공장의 계약직 노동자 A씨는 작업 중 본인을 다급히 부르는 소리에 불려 나갔다. 직원은 A씨 차량이 주차된 자리가 업체 대표의 지정 자리였다는 사실을 안내하며 꾸중했고, A씨는 다른 구역으로 옮겨 주차했다. 다음날 A씨는 회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A씨는 출근 3일 차 신입이었다. 첫날과 이튿날은 버스로 통근했다가 처음으로 자가용을 몰고 온 다음날 통보를 받은 것이다.
A씨는 "사업장 주변 길가나 지정 주차구역을 둘러봐도 빈 자리가 한 곳밖에 안 보여서 대놨었다"며 "이전 (산업단지) 직장에서는 당연히 도로에 불법주차하라는 식이었는데 범칙금을 종종 낸 적이 있어서 최대한 지정 구역에 차를 대려 했는데, 아무리 공간이 없다고 해도 이런 일을 당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도로변에 무단주차 차량 빼곡
인도위 킥보드·오토바이까지
부지 부족에 노동자 불편 지속
인도위 킥보드·오토바이까지
부지 부족에 노동자 불편 지속
이처럼 고질적인 산업단지 '주차난'이 직원 해고까지 이어지는 등 피해를 낳고 있다. 지정된 일정 면적에 공장과 노동자들이 몰리면서 주차부지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은 수년 동안 도내 여러 산단에서 교통 혼란 문제, 안전 문제로 지적돼왔다.
실제로 11일 도내 산업단지들의 도로변은 불법주차 차량으로 줄을 이었다. 평택 송탄일반산업단지는 군데군데 불법주차 단속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그 앞 500m가량 차로 구간은 노란 실선에 걸친 불법주차 차량이 쭉 이어졌다.
일부 왕복2차로는 화물차량 하나 지나가기도 버거운 상태다. 도로 맞은 편 고덕산업단지 광천고가교 인근 1㎞가량은 좁은 차로와 인도까지 전동킥보드와 오토바이가 사실상 점령한 상태다.
이에 지자체들은 지난해 12월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에서 산업단지 개발 시 공영주차장 용지 가격 산정기준 변경안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공영주차장 확충을 대안으로 모색한다.
'사장 자리'에 세웠다 해고도
입차 제한 '공영'은 비어있어
입차 제한 '공영'은 비어있어
하지만 이미 공영주차장이 확충된 단지조차 문제가 해소되지 못해 한계가 지적된다. 2020년 이미 문제가 불거져 일부 공영주차장이 신설된 수원델타플렉스는 재직자 및 지정 차량만 주차가 가능해 이날도 여전히 노상 불법주차가 만연한 와중 공영주차장은 비어있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차라리 대중교통편을 늘려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토바이로 고덕산업단지를 출퇴근하는 김모씨는 "몇 주는 버스로 다녀보려다가 포기했다. 산업단지들이 대부분 외진 곳에 위치하는데 교통편이라도 늘려 주면 그나마 길이 좀 정리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