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김동연표 핵심 정책으로 꼽히는 '기회소득'이 기존 경기도가 추진하던 '기본소득'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無)조건성'을 전제로 한 기본소득과 달리 기회소득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농민 기본소득처럼 일부 기본소득 정책의 경우 명칭만 기본소득일 뿐, 기회소득이 내세우는 취지를 이미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도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기회소득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구조적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던 이들에게 일정 소득을 지급해 보상하고 계속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제도다. 보편적 복지 개념으로 어떠한 조건 없이 누구에게나 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차이가 있다.
'무조건성' 보편적 복지와 차이불구
농민 기본권·생존권 보장 취지 동일
시범사업은 예술인을 대상으로 연 1회, 120만원 현금 지급으로 추진되는데, 예술 활동이라는 사회적 가치 창출 행위에 대한 보상 차원이다. 이 같은 기회소득 취지를 살펴보면, 이미 도에서 추진하는 일부 기본소득 정책에도 찾아볼 수 있다.
농민 기본소득이 대표적인 예다. 도는 지난 2021년부터 도내 농민들에게 매월 5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공유하는 농촌환경을 보전하고 식량 공급 역할을 하는 농민들의 기본권, 생존권 등을 보장한다는 차원이다. 관련 조례로 지급 대상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민선 8기 공약실천계획서에는 농어촌 기본소득과 더불어 어민 기회소득 지급 내용도 담겨 있다. 어민 기회소득의 정책 목표는 어업이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이원재 정책비서관은 11일 "어민 기회소득에 대해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농민 기본소득을 어민과 같은 기회소득으로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예술인 기회소득이 당초 예술인 기본소득이라는 명칭으로 시작한 것에 대해서도 "예술인 기본소득은 처음 설계 때부터 농민 기본소득과 비슷하게 기회소득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무리 없이 공약 명칭을 (기회소득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날 기회소득의 의의를 말하는 예시로 취업 전 청년들의 구직, 역량 강화 활동은 나중에 사회적 가치를 높이겠지만, 이 기간을 버틸 소득이 없다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 역량을 키우기 위한 투자로서의 의의도 전했다. 청년층의 사회적 참여를 촉진하고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내 만 2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 기본소득'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현재 추진 중인 도의 각종 기본소득 정책의 경우 무조건성·보편성·개별성이라는 기본소득의 특징을 완벽하게 대입하고 있지 않은 만큼, 김동연표 기회소득이라는 새로운 정책 속에 통합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