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문화체육레저팀장.jpg
김성주 문화체육레저팀장
"왜 고물을 사서 모으냐고 묻더군요. 골동품도 아니고 고물이래요."

지난해 3월14일 '전쟁의 상흔이 깃든 피난민 태극기'를 시작으로 12월26일 '전통·현대가 공존 수원의 옛 건축물'까지 '경기도 근대문화유산 탐방 시리즈'가 총 20편으로 막을 내렸다. 벚꽃이 만개한 부천, 바람조차 더위를 피해 숨어버린 듯 더웠던 파주,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던 용인, 추위에 언 손을 억지로 녹여가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했던 포천. 1년 가까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지만 잊혀졌거나 잊혀져가는 역사의 파편을 찾아다녔다. 


지금의 경기도·대한민국 만든 선배들 흔적
많은 부침속 발굴 학예사·향토사학자 큰 공


근대문화유산을 대주제로 정한 만큼 목재솜틀기처럼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것도 있었고, 사진으로도 본 적 없는 낯선 것도 있었다. 협궤열차처럼 오래된 영화 필름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있었고, 구 안성군청과 같이 일상 속에 여전히 남아있지만 무심코 지나친 풍경 속에 가려진 것도 있었다.

목적이나 형태는 달랐지만 모두 지금의 경기도, 대한민국을 만든 선배들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일군 이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특히 그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도 잊을 수 없다. 부천의 한 사회적 협동조합은 뉴타운 개발이 이른바 '엎어지면서' 주민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때, 역사에서 해법을 모색했다고 한다. 조금만 지역을 벗어나면 기억하고 있는 이가 없을 것처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었지만, 지역의 역사를 발굴하면서 서로의 뿌리를 기억해낸 것이다. 비록 지금은 생각이 다르고 서 있는 위치와 사는 모습이 다르다고 해도 모두 같은 삶을 공유하던 이웃이었다는 사실이 서로를 묶는 계기로 삼았다. 주요 사적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문화재와 또 다른 매력과 장점이다.

또 많은 부침 속에서 근대문화유산을 발굴해낸 학예사, 향토사학자들도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물을 사서 모은다'는 차가운 시선에도 근대문화유산이 숨기고 있는 가치를 믿은 이들이다.

2000년대 초부터 근대문화유산을 발굴했다는 안산의 한 학예사는 "그나마 지금은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지만 처음에는 가치도 없고 둘 데도 마땅찮은 고물을 찾아다닌다고 괴짜 취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2000년 초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 많은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와 같이 당시 고물(?)의 가치를 본 사람이 없었다면 많은 근대문화유산들이 수많은 이야기와 함께 사라져버리지 않았을까.

역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지만, 지역을 사랑해서 향토사학자가 된 이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파주에서 만난 80대의 한 향토사학자는 금융업계에 종사하다 퇴직한 이후 남는 시간을 역사 자료를 찾고 연구하는데 쓰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 들은 지역 주민들도 모르는 지역의 이야기는 그 어느 역사책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였기에 근대문화유산 기획에 사명감을 느끼게 했다.

지자체 지역역사 보는 관점따라 상당한 차이
사라지는 것들 어떤 의미 있는지 생각해 봐야

경기도는 항상 높은 개발압력에 시달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개발은 필요에 의해 추진되지만 개발이 항상 우리 삶에 '플러스(+)'인 것만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잃게 되는 수많은 이야기들. 어쩌면 지금은 당장 쓸모 없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라지는 것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부천에서처럼 사람과 사람을 묶어줄 수도 있고, 안산의 협궤열차처럼 지역의 정체성을 알려줄 수도 있다. 포천 방어벙커나 여운형 혈의와 같이 과거를 안타까워하고 반성할 수도 있겠다.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를 발굴하는 것은 민간, 그것도 개인에게 맡겨졌다. 경기도가 2020년부터 지방정부 등록문화재 선정을 추진하면서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를 주목, 본격적인 발굴을 하면서 근대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는 있지만 기초지자체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자체가 근대문화유산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상당했다. 어떤 곳은 개인 소장자까지 긴밀하게 관계하며 관리하는 곳이 있는 반면, 일부 지자체는 지역에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는 곳도 많았다. 근대문화유산은 그 어떤 것보다 지역을 잘 설명해준다는 점을 따지지 않더라도 지자체가 나서야 할 명분은 충분하다. 지금도 어느 사찰 처마 밑에서 바스라져가는 근대문화유산 발굴을 위해 민간과 공공이 함께 나서길 기대해본다.

/김성주 문화체육레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