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사랑의 온도탑'이 지난 9일 100도를 넘어섰다고 한다. 인천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 1일 '희망 2023 캠페인'을 시작한 지 40일 만이다. 성금액은 99억1천만원으로, 목표인 88억8천만원보다 10억3천만원 초과 달성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행진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개인, 단체, 법인 기부가 모두 늘면서 일찌감치 목표치를 넘어선 것이다. 연수구 환경미화원이 힘든 일을 하며 1년 동안 모은 돈 26만원을 기부하는 등 훈훈한 미담이 이어졌다.

하지만 홀몸 노인 등 취약계층에 따뜻한 밥 한 끼 나눠주는 무료급식소나 식료품을 제공하는 푸드마켓은 썰렁한 분위기다. 15년째 부평역 등지에서 무료 밥차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도 개인 후원이 줄면서 운영비 부담이 커졌다고 한다. 코로나 확산 전엔 운영 비용의 70%를 후원금으로 충당했는데 이젠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500여 명이 기다리는 밥차를 중단할 수 없어 고육책으로 주 2회에서 1회로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으나 앞날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취약계층에 무료로 식료품을 지원하는 지역 내 푸드마켓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푸드마켓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는 인천시와 해당 군·구가 보조하고 무료 제공되는 식료품은 후원받은 물품으로만 꾸려지는데, 올 겨울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지원은 많이 감소하지 않았으나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 후원이 급감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취약계층에 대한 수혜의 폭이 줄 수밖에 없다.

개인·민간단체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 정부·지자체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은 2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맹성규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6명이 발의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다. 관련 부처의 부정적 태도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취지엔 공감하나 재정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등 이유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3천명 넘는 인천시민이 매주 밥차를 기다리고 있다. 후원금이 늘거나 지원금이 보충되지 않으면 횟수를 줄이거나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지자체 지원 방안을 담은 개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밥차가 운영비 걱정 없이 취약계층에 따뜻한 밥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