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의무휴업일인 시흥시의 한 대형마트에 근무하는 박미숙(57)씨는 의무휴업 도입 이전을 회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주말에 쉬는 사람을 정하려고 7~10명이 조율하는데 워낙 치열해서 싸움이 나기도 했다. 영 안 되면 가위바위보로 쉬는 사람을 뽑았다. 일요일은 일하는 사람은 힘들고, 쉬는 사람은 눈치가 보이는 그런 요일이었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서 배제되자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 열고 시위
지난 2012년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이유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시행됐다. 10년 세월이 흘러 온라인 유통이 성장하며 대형마트도 의무휴업제를 재검토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통시장에 많은 시민이 찾도록 주로 주말을 휴일로 지정한 제도를 평일로 바꿀 재량권을 부여하거나 아예 휴업 자체를 없앨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의무휴업제가 생기기 이전부터 기업형 대형마트에서 일한 이들의 사정은 어떨까. 1996년 부천시에 생긴 '까르푸' 1호점을 신호탄으로 경기도 곳곳에 기업형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다양한 상품군을 할인 판매하니 매장은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려 대형마트는 계산원을 대거 채용하기 시작했다. '무경력', '전업주부 환영'.
주말·공휴일에 쉴 수도 없고 휴일도 규칙적이지 않던 근무조건이지만, 대형마트를 근무지로 선택한 이들은 많았다. 의무휴업제는 이들에게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쉴 수 있는 휴식권을 부여했다. 애초에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위해 만든 휴무였지만 예상치 못하게 종사자에겐 꿀맛 같은 휴일이 됐다.
마트 종사자들은 휴식권 후퇴를 우려한다. 박미숙씨는 "의무휴업일이 아예 없던 옛날로 돌아갈 것 같아 다들 걱정하고 있다. 단순히 평일 전환을 넘어 대형마트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이어질까 두렵다"고 했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이런 상황에 반발하며 17일 오전 동시다발로 거리로 나섰다. 이날 경기도청 앞에는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경기본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열고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지자체별로 꾸리는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구성원에 마트노동자를 배제한 데에 지적이 이어졌다.
김정교 부방안양이마트 지회장은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중소유통업의 상생 발전을 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어째서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마트 노동자는 협의회 구성원이 되지 못한 채 '휴식권'이 사라지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