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흔한 정신건강 문제 중 하나인 우울증은 의욕저하와 우울감, 다양한 정신 또는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노년기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자주 느끼는 대표 증상은 '기억력이 나빠졌다'는 것인데,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인지기능의 문제를 심하게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진짜 치매가 아닌 '가성치매'라 부르기도 한다.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은 기분이 가라앉거나 매사에 관심과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입맛이 떨어져 체중이 줄기도 하고, 잠들기 어려운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몸이 여기저기 아프거나 기운이 없고, 소화불량이나 가슴 답답함 등의 신체 증상을 자주 호소하거나 건강염려가 과도해 보이는 것도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들은 자신의 감정 상태에 무관심하거나 직접 표현해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우울증이 있는 노년층에게 요즘 기분을 물으면 '잘 모르겠다'거나 '그냥 그렇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노년층에서는 우울한 기분을 분명하게 나타내지 않더라도 이면에 우울증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노인들, 자신의 감정상태 무관심… 발견 어려워
20~25%가 증상… '어떻게 나빠져 있는가'로 구분
"경도인지장애 더 빨라… 정기검사로 조기 발견"
노년기 우울증을 잘 진단해야 하는 이유에는 '치매로의 진행 가능성'도 있다. 가성치매로 생각되던 환자에서 우울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인지기능 손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 가운데 20~25%가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만큼 치매와 우울장애가 공존하는 경우도 흔하다.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할 때 '인지 기능이 어떻게 나빠져 있는가'가 중요한 사항인데,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의 80% 이상은 신경퇴행성 질환이고,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의 인지기능뿐만 아니라 2~3년 전 기억력을 파악하고 작년과 올해의 기억력도 비교해 봐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도지부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의 하나가 우울증을 잘 치료하는 것"이라며 "특히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우울 증상이 있는 경우 치매가 더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울감이 지속된다고 느끼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상담과 적절한 치료를 받아 치매 진행 가능성도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미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인지기능을 체크한다면 건강한 노년을 유지하고,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