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4만2천여명의 이산가족들은 여전히 멀리 이북에 생존한 친지를 그리고 있다.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 들어가며 이산가족 상봉이 다시 언제 이뤄질지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소망을 조금이나마 이뤄줄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이 잠들어 있다.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이산가족들이 화상으로나마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마련한 시설이다. 대한적십자사의 관리로 2005년 수원 경기도지사를 포함해 전국 9개 지역에 13개소가 구축됐으며 2021년 7개소를 증설해 현재 20개소가 구축돼 있다.
시설은 전국 동일하게 각 지사 내부 사무실 하나 크기로 마련된 공간에 카메라, 마이크, TV, 네트워크 장치, 방음벽 등 장비가 갖춰져 있다.
2007년 이후 한 번도 가동 안돼
전국 20개소, 남북 협상수단 전락
전국 20개소, 남북 협상수단 전락
부푼 기대감을 안았던 화상상봉장은 시설이 마련된 직후 2005년 8월 첫 행사를 시작으로 2년 동안 7차례, 모두 557가족 3천748명의 만남을 성사시키면서 이산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시사하는 듯했다. 하지만 2007년 11월 이후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동되지 못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화상상봉 합의에 따라 개보수 및 증설을 마쳤는데도 마땅한 호응이 없어 행사는 재개되지 못했다. 요동치는 남북관계 속 화상상봉은 협상 전략 수단으로, 화상상봉장은 과거의 산물로 전락하는 실정이다.
생존 이산가족 전국 4만2천여명
절반 이상 80~90대, 시간만 흘러
이 가운데 이산가족 수는 점점 줄고 고령화되면서 '골든타임'이 임박하는 상황이다. 절반 이상 80~90대, 시간만 흘러
1988년 처음 신청을 접수한 13만3천여명의 이산가족 가운데 지난해 12월 기준 생존자는 4만2천624명이다. 전년 동월 대비 3천600여명이 감소했으며 전월 대비 264명이 감소한 수치다. 남은 생존자의 연령 비율도 90대 이상(28.5%)과 89~80세(37.1%)가 반수를 넘었다. 이 같은 감소세가 유지된다면 십수 년 내로 이산가족 생존자는 남아있지 않게 된다.
시설은 여전히 남아 있는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시설은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으로 매년 이산가족 화상상봉시스템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해 지난해 기준 1천500여만원을 들이는 등 관리에 힘쓰고 있다. 평시에는 이산가족 민원응대, 이산가족사업 홍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며 화상상봉장은 매년 장비 상태 확인 및 작동여부를 점검한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행사에 진전이 없어 안타까운 심정이며 이산가족분들이 하루속히 북한 가족에 대한 생사를 확인하고 상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