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고 한 발언의 파장이 이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여당을 향해 맹공을 퍼붓는 반면, 국민의힘은 같은 이슈에 대한 대응은 삼가고 문재인 정권이 간첩수사를 외면했다고 공세를 펼쳤다.

19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이재정(안양동안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는 "대통령 순방길에 주 이란 대사가 초치 당했다. 참으로 참담한 국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여당 외통위 위원들은 지난 현안보고 과정에서 외교부 차관을 닦달해 아랍에미리트가 이란의 적 아니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얻어냈다. 도무지 외교를 전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여당의 책임지는 의원들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행태였다"고 지적했다.

김정호·진성준 의원 등 한-이란 의원친선협회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5명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역지사지의 마음과 진솔한 자세로 이란 측에 충분히 해명하고 필요하다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야당의 바람과는 달리 이날 오후 외교부가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하는 것으로 맞대응하자 외통위 소속 이원욱(화성을) 의원은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강대강 대응은 하책(下策 ) 중의 하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난 '바이든-날리면' 상황보다 심각하다. 대통령 발언을 이란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우리 대사를 초치한 상황에서 우리도 강대강 전술로 나가면 양국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하고 "민간외교이든 여러 채널을 통해 사과할 것은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대통령 실언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고 '북풍'을 끌어왔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전날 민주노총을 압수수색 하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제기하자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노조가 틈만 나면 거리로 나가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반정부 투쟁 등을 외쳤던 이유가 드러났다"며 "북한이 국내 조직(노조)을 포섭해 끊임없이 공작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재인 정권의 북한 심기 살피기와 이에 따른 대공수사 약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고, 이념싸움에 매몰되도록 우리 사회는 북한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가 북한의 공작 놀이터가 되도록 문재인 정부가 승인한 셈"이라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북한이 원하는 선전선동이 활개쳐도 민주당은 여전히 국정원이 간첩 수사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가. 침묵할 때가 아니다. 민주당의 입장을 촉구한다"고 공세를 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간첩이 활개를 치는 나라에 '국가안보'는 '공염불'이고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국가 안보 자해행위"라며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에 대해서는 안보 참사 운운하면서 대한민국에서 '북한 간첩이 활개 쳤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 따져 물었다.

/정의종·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