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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한 성범죄자의 거주지 인근에 주민 안전을 위해 경찰 인력이 배치되는 등 기약 없는 행정력이 투입되고 있다. 25일 오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가 거주하는 화성시의 한 원룸촌 인근에 화성서부경찰서 특별치안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2023.1.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5일 오전 화성시 봉담읍, 이틀 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성범죄자 박병화(1월 24일 인터넷 보도=연쇄 성폭행범 박병화 극단선택 시도 병원 이송… "건강에 이상 없어")가 거주하는 이곳 빌라촌은 적막함만 흐르는 가운데 퇴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군데군데 걸려 있다. 골목을 들어가면 경찰관 2명이 속한 '특별치안센터'와 화성시의 '시민 안전 상황실'이 설치돼 있다.

화성시와 화성서부경찰서 등은 이곳에서 경비 인력을 동원해 24시간 박병화를 감시하고, 거주지 주변으로 방범용 CCTV 32대와 경비초소 2곳도 설치했다. 이는 지난 10월 박병화가 출소한 이후 3개월째 운영되는 중이다.

이러한 특별감시가 2년 넘도록 유지되는 곳도 있다. 같은 날 안산시 단원구, 성범죄자 조두순이 거주하는 주택가 골목에도 방범 초소와 순찰차가 위치해 있다.

2020년 12월 출소한 조두순은 현재 거주지의 월세 계약이 지난해 말 만료됐지만, 이사 소식이 퍼지면서 지역 일대 반발이 잇따르자 인근 주민들의 양해를 구하고 눌러앉게 됐다. 덩달아 안산시와 경찰 등의 방범 업무도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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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가 거주하는 화성시의 한 원룸촌 인근에 박병화의 보호관찰소 입소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1.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화성시·서부署, 박병화 24시간 감시
조두순 사는 안산도 2년째 방범태세


지역사회 공포감을 조장하는 고위험 성범죄자들의 출소 후 거취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행정력만 기약 없이 투입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아동성범죄자 김근식은 출소를 앞두고 의정부시 소재 전과자 지원기관으로 입소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시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논란을 낳았다.

이에 발맞춰 경기북부경찰청도 방범초소를 설치하는 내용의 치안대책을 발표했다. 김근식이 추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재수감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불씨는 여전한 상태다.

이 같은 문제는 성범죄자들이 새로 출소할 때마다 반복될 전망이다. 이날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된 성범죄자 3천189명 가운데 도내에 거주하는 성범죄자 수는 710명으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다. 경찰과 도내 지자체 등은 현재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범죄자 사례만 특별감시 체제로 마련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대책이 없이 일관된 관리 체계는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성범죄자들의 출소 후 거주지를 제한하는 미국 '제시카법'의 국내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제시카법은 12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자를 학교나 공원 주변으로부터 610m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거주지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관련 법 적용에 대한 용역 연구를 발주해 이르면 이달 말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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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한 성범죄자의 거주지 인근에 주민 안전을 위해 경찰 인력이 배치되는 등 기약 없는 행정력이 투입되고 있다. 25일 오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가 거주하는 화성시의 한 원룸촌 인근에 화성서부경찰서 특별치안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2023.1.25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장기적인 대책 없이 경찰 지속 투입
'제시카법' 이중처벌 논란 등 걸림돌


하지만 해외와 달리 거주지 부지가 좁은 국내 특성상 별도 시설을 마련하기 어려운 데다, 범죄자에 대한 이중처벌 문제도 발생하는 등 논의는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장윤미 변호사는 "학교나 공원 등을 중심으로 거주지를 제한하면 집단시설을 이룰 공간이 특히 수도권에는 턱없이 부족해 특정 지역으로 몰리는 결과가 우려된다"며 "이중처벌에 해당하지 않는 선에서 재교육과 보호처분 등으로 안전하게 안착하도록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