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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주 문화체육레저팀 기자
2019년 11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 음악감독 마리스 얀손스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클래식에 관심 갖기 시작한 당시의 나에게도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의 사망 소식은 무척이나 안타깝게 다가왔다. 얀손스가 남긴 발자취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오슬로 필 음악감독으로 거둔 성과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79년부터 21년간 오슬로 필을 이끌었고 무명에 가까웠던 이 악단을 국제적인 오케스트라로 발돋움시켰다. 명문 악단인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였던 사이먼 래틀 역시 버밍엄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18년을 지냈다. 악단의 기량을 월등히 높이며 영국의 대표 오케스트라로 키워낸 그는 업적을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과 기사 작위를 받았다. 좀 더 가깝게는 2024년부터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게 된 얍 판 츠베덴이 있다. 그는 10년간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했는데, 홍콩필은 미국과 유럽의 여러 유수 악단을 제치고 2019년 '그라모폰'이 선정한 올해의 오케스트라에 선정된 바 있다.

우리나라, 특히 지역 악단의 경우 이처럼 한 지휘자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사례가 드물다.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예술감독들도 함께 바뀌는 것이 마치 관례처럼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임지휘자의 임기가 끝나기 전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차기 지휘자를 물색한 뒤 악단이 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보는 시스템을 가진 곳도 흔치 않다. 현재 경기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와 부지휘자 모두 공석인데 이는 비단 악단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예술감독들이 예술단을 맡아 무엇인가 보여주기에 2년은 너무 짧고, 한 번 임기가 연장되면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해 버린다. 예술단을 충분히 잘 이끌 역량이 있고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단원들의 기량을 높일 수 있는 예술감독이라면 사실상 임기와 지원에 어떠한 한계나 선을 그어놓을 필요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예술 속에 담긴 잠재력과 가치를 행정의 한 단편으로 치부해 버리는 현실이 씁쓸하다.

/구민주 문화체육레저팀 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