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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경인일보DB
 

대학교 4학년 김모(24)씨는 학기가 한창일 3월 중순 제주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여행 목적이 아닌 자격증 시험을 응시하기 위해서다. 이달 초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시험 원서 접수가 시작된 순간 홈페이지는 이미 먹통이 됐고 다시 접속하니 전남, 경남, 제주 등 일부 지역 시험장만 접수가 가능하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졸업 전 취업준비에 열중하고 있는 김씨는 연 4회뿐인 시험 일정을 확인하곤 울며 겨자 먹기로 제주행을 결정했다. 김씨는 "이렇게 치열한 줄 몰랐는데, 알고 보니 다들 전년부터 접수 일정을 확인하고 계획을 세워 응시하는 시험이었다"며 "관련 분야 취준생들 대부분이 준비하는 자격증인데 기회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응시한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공단)에서 부여하는 국가기술자격으로 구직자들에게 여러 가산점 혜택으로 인기가 많아 지난해만 14만명 가량 응시했다.

포클레인 관련 국가기술자격 시험에 응시한 신모(63·안양)씨 역시 평택·안산 등 도내 시험장이 순식간에 인원이 차면서 강원도 원주에서 시험을 보게 될 처지다. 


年3~4회 일정에 수험생들 몰리고
일부 시험은 홈페이지 먹통·오류
경기도 시험장 순식간에 인원 차


이처럼 국가기술자격시험은 여러 취업 혜택에 힘입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기 자격시험 일정이 대개 연 3~4회에 그쳐 제한적이고, 원서 접수 시스템도 잦은 오류를 일으켜 논란이다.

산업안전기사 자격시험을 준비했던 이모(24)씨도 "매번 시험이 열릴 때마다 접속 오류가 발생해 단번에 성공한 적이 없다. 채용 일정에 못 맞춰 곤란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특히 올해처럼 역대급 '고용한파'를 앞둘 때마다 이러한 자격증 응시 경쟁은 반복되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는 경기 둔화 등으로 지난해 81만6천여명을 기록한 신규 취업자 수가 올해 8분의 1가량 줄어 10만명 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한파'에 응시경쟁 문제 반복
산업인력공단 "큐넷 시스템 개선"


코로나 사태 직후 취업자 수가 얼어붙었던 2020년(-21만8천여명)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폭증하면서 다음 해 1월 국사편찬위원회가 총괄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접수 홈페이지가 마비됐던 적이 있다.

공단은 시스템을 보완해 관련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공단 관계자는 "국가자격 관련 원서접수 창구인 '큐넷'은 현재 시스템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과정이다. 올 초 시험 접수과정에서 있었던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해 추후 문제가 없도록 개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