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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1시께 수원 남수동의 한 다세대주택. 이곳에 세들어 사는 지모(88)씨가 20도라 나와 있는 보일러 온도계를 가리키고 있다. 기초연금으로 생활하는 지씨는 부쩍오른 난방비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2023.1.2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약값에 전기료, 난방비까지 내면 남는 게 아예 없어."

27일 오후 1시께 수원시 남수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만난 지모(88)씨는 '20만원'이란 금액이 찍힌 이번 달 난방비 고지서를 보고선 막막함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고정수입은 기초연금 30여만원이 유일하다고 한다. 난방비를 내고 남은 10만원으로 남은 한 달을 버텨야 하는 처지다. 공공의 도움을 받으려 해도 지씨는 서류에서부터 걸러지고 만다. 33㎡(10평) 남짓한 작은 방의 명의상 주인이기 때문이다.
#명의상 작은 방의 주인  
월세 아들 가져가 만져본적 없는 돈
기초연금 30여만원 유일한 고정수입
난방비 20만원 내고 10만원으로 생활

지씨는 "기초수급생활자 신청을 하고 싶지만 내 명의로 된 집이 있어서 안 된다고 들었다. 월세로 45만원을 받는다고는 하는데, 돈은 아들이 가져가서 생활비로 써본 적이 없다"며 "난방비를 내고 남은 돈으로 전기료와 약값도 내야 한다. 난방비만이라도 지원을 받아봤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난방비 폭탄을 맞은 이들의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취약계층과 가스·전기 사용량이 많은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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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시 세교3동 한파쉼터에 이른 오전부터 모인 노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이날 오전 11시께 오산시 세교3동 한파쉼터에서 만난 민모(86)씨는 이른 아침부터 온기가 도는 한파쉼터를 찾았다. 방 한 칸짜리 주택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민씨는 보일러 온도를 17~19도로 맞춰 놓고 살고 있다. 지난달 난방비가 평소보다 2배가량 많이 나오자, 보일러 온도는 낮추고 전기장판 위에서만 지낸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 못받고 한파쉼터 찾기도 
보일러 17~19도전기장판 위에서 지내
방 한칸 주택 거주… 지난달 난방비 2배↑
앞서 지씨처럼 민씨는 난방비 지원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전날 기초생활수급가구 등 취약계층에 최대 30여만원의 에너지바우처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난방비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각지대'는 여전한 것이다. 민씨는 "방이 하나고, 아껴 쓰는 데도 평소보다 요금이 많이 나와 놀랐다"면서 "비용 부담 없이 따뜻하게 있으려고 한파쉼터에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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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업계 '울며 겨자 먹기' 영업 
27년째 운영… 평소보다 요금 100만원 더 나와
작년 올린 8천원 요금 또 올려야 하나 고민도
가스·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 직격탄을 맞은 목욕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시 우만동에서 27년째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는 김경아씨는 "25일에 가스요금을 납부했는데, 평소보다 100만원 정도 많이 나왔다"며 "업종을 계속 유지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철거 비용도 많이 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욕탕은 물을 데우는 데 가스를 이용하고, 사우나 시설 가동은 전기를 쓰고 있다. 보통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6대4 비율로 나오는데, 이번 달부터 적용되는 전기요금 인상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씨는 "작년에 올린 요금 8천원(성인)을 또 올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요금을 올리면 손님이 줄기 때문에 영업시간을 줄여 관리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재흥·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