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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고양시의 한 화훼농가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경인일보DB

평택시 청북읍에서 1997년부터 장미를 재배해온 김은기(69)씨는 최근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엔 평균 250만원 정도였던 농업용 전기요금 고지서 앞자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가 최근 받아든 고지서에는 310만원이 적혀있었다.

김씨는 3천300㎡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헤라, 빅토리아 등 고급 장미로 분류되는 품종을 재배한다. 장미가 탐스럽게 자라려면 내부 온도를 평균 20~22도로 맞춰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것은 고압 나트륨등이다. 장미 성장엔 온도뿐 아니라 일조량도 중요하기에, 나트륨등으로 실내를 밝히면서 온도도 높이고 있다. 최근처럼 기온이 뚝 떨어지면 난방기까지 동원해 실내 온도를 높여야만 꽃이 얼지 않는다. 전기 사용량이 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온도·일조량 중요한 꽃, 전기 사용량 많아
농업용 면세유 가격 오른 점도 시름 키워
품 많이 들어가는 장미… 가격 하락세도 고민


김씨는 "나트륨등만 사용하는 농가의 경우 전기요금이 350만원이 넘는다고 들었다. 그나마 제가 적게 낸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기뿐 아니라 기름까지 사용하는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로 농업용 면세유 가격이 크게 올라서다.

리시안셔스를 키우는 장근종(66)씨는 "작년에는 한달 등윳값이 1천만원이었는데, 올해는 2천500만원 정도 나왔다"면서 "5년전부터 농가 면세유로 경유가 아닌 등유를 지급하고 있는데, 등유는 화력이 낮아 훨씬 더 많은 기름이 필요하다. 날은 춥고, 난방비는 오르니까 정말 마음 둘 곳이 없다. 온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잠이 안 온다"고 푸념했다.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상승세에 화훼농가엔 한파가 닥쳤다. 겨울철은 졸업식과 입학식 등 화훼농가의 대표적인 '대목'이지만, 소비 위축으로 수요가 예전만하지 못한 상황에서(1월16일자 12면 보도=졸업식 자취 감춘 꽃다발… 가격 오르자 주문 멈췄다) 전기세며 난방비가 전년보다 곱절로 뛰어서다.

생산비가 늘어난 가운데, 꽃 가격이 하락하는 점도 화훼농민들의 고민거리다. 지난해 말까지는 꽃값이 상승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에는 평균 1만원이었던 장미 한단 경매가가 평균 4천~5천원으로 떨어졌다. 유찰만 안될 뿐 가격은 '똥값'"이라며 "장미 농사는 굉장히 품이 많이 들어가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격도 떨어져 작목 전환을 한 곳이 많다.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정작 가격은 예전만 하지 못하다 보니 나 역시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미 새해가 되자마자 전기요금은 kWh당 13.1원 인상됐다. 1월 전기요금으로는 더 많은 금액이 부과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여기에 대목이 지나 꽃 수요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 2분기 가스요금 인상 역시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