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화물차 운전자가 차 안에서 식사를 마친 시간이다. 운전자는 적색 신호에 핸들을 잠시 놓고 허겁지겁 조수석에 있던 수저와 국 통을 들어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다. 그저 내 차량 백미러를 통해 잠시 마주한 50대 가장 정도로 추정될 뿐이다.
그는 왜 차 안에서 식사를 할까. 그것도 왜 위험천만하게 운전을 하면서 먹고 있었을까. 아마 제한된 화물운송시간을 맞추기 위해 식당에 들어갈 시간조차 없었을 것이다.
'숙식 모두 차 안에서 해결한다', '하루 16시간을 운전만 한다' 등 미디어에 표현됐던 그들의 전쟁터 같은 일상을 실제 두 눈으로 마주하니, 그 충격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맴돌았다.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고 차량을 출발한 나는 마치 그 운전자의 식사를 방해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분주히 국을 들이켜던 운전자는 곁눈질로 신호를 확인하다가 내 차가 출발하니 재빠르게 국 통과 수저를 조수석에 내려놓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지난해 연말 화물연대는 생존을 위해 '안전운임제'의 일몰을 폐지해 달라며 총파업을 진행했다. 정부는 설득, 협상 대신 업무 복귀 명령 등의 강대강 대응을 가하며 사태가 격화됐다.
'귀족노조' '민폐노조' 등으로 얼룩진 이들은 결국 백기를 든 채 파업을 종료했지만, 달라진 건 전혀 없다. 오히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없애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회에선 2월 임시국회 때 야당을 중심으로 안전운임제를 처리하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지난 1월 본회의조차 단 한 번 열지 않은 국회가 협의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다.
오늘도 그 화물차 운전자는 한 손엔 핸들, 다른 한 손은 국통을 들고 차 안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을 것이다. 국민 중 하나인 그들이 잠시라도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제도와 생존권을 주는 게 국가와 위정자의 역할 아닐까.
/고건 정치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