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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민철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기자
150㎝는 됐을까. 황 할아버지의 보금자리로 들어가는 문은 고개를 절로 숙이게 했다. 주방인지 창고인지 모를 현관을 지나면 할아버지의 단칸방이 나온다. 성인 남성 한 명이 세로로 누우면 꽉 찰 정도였고, 가로로는 누울 수도 없는 크기였다. 할아버지는 "좁아서 어쩌나…"라고 중얼거리며 겸연쩍게 나를 반겼다.

이날 연말의 공기는 뼈 틈 사이사이를 시리게 할 정도로 새삼 차가웠다. 방은 그야말로 얼음장이었다. 좁은 방에 앉자마자 허연 입김으로 주위가 가득 찼다. 할아버지는 이 집에서 십수 년을 살았다고 했다.

방에는 연탄이나 기름보일러를 놓을 만한 자리가 없다. 방 안을 덥히는 건 작은 온풍기가 전부다. 할아버지는 집안에서조차 털모자, 장갑, 내복, 점퍼를 입고 지내야 했다.

할아버지는 이날 인천쪽방상담소에서 건넨 두꺼운 겨울 점퍼를 받고 몸에 아주 꼭 맞는다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올겨울은 예년보다 개인과 기업에서 들어온 후원이 늘었다고 한다. 고유가, 고물가에 우리네 생활도 넉넉하지 않은데 소외된 이들에게 온기를 전해준 고마운 어떤 이들 덕분이다.

아직 찬 바람이 불긴 하지만 올겨울도 끝자락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봄이 와 쌓인 눈이 녹아도 이들의 삶은 냉골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봄 추위에 털모자, 장갑, 내복, 점퍼를 여전히 입고 지내진 않을까. 여름 무더위와 많은 비에 지치진 않을까. 풍요로운 가을에는 홀로 쓸쓸하지 않을까. 그렇게 또 추운 겨울을 맞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쪽방촌 주민들의 집을 데우는 건 기름이나 연탄 따위가 아닐 수도 있다. 온정을 모아 칠순잔치를 열어줬을 때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눈시울을 붉히던 게 이들이다.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나가려 할 때쯤 황 할아버지는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밝게 웃었다. 아마 사람이 남기고 간 온기에 고맙다는 인사를 한 걸지 모른다.

/변민철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