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인일보가 2021년 3월 시작해 2년여간 지면과 유튜브로 연재한 '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 기획특집이 22편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당초 해당 기획은 도내 대표 농산물인 쌀(1차 산업) 등을 활용해 술을 제조·가공(2차)하고, 이를 6차 산업인 농촌융복합산업의 대표 모델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나름의 포부를 담았다. 우리술로 대변되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체험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지역 내 관광자원(술도가 투어 등)으로까지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오픈런까지는 아니어도 최근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는 외국산에 맞서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경기·인천지역의 술도가 즉 양조장을 조명해 지역경제를 풍요롭게 하는 마중물이 되고자 했다.
한 독자는 '지역 내 막걸리 몇 개 소개하고 말겠지 했는데 이렇게 많은 우리 술과 술도가가 있는지 몰랐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타 지역을 보면 안동소주라든가 소곡주, 진도홍주 등 떠오르는 대표 술이 있는데 경인지역에는 술도가는 많지만 정작 떠오르는 술은 없다'며 아쉬움을 전하는 독자도 있었다. '술도가 방문이 가능한지' 묻는 독자들도 꽤 있었는데 술도가 투어로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나름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양조장 조명 지역경제 활성화 마중물 역할
해외의 경우 투어·체험프로그램 자리잡아
해외의 경우, 술도가 투어 프로그램이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위스키로 유명한 영국 스코틀랜드에는 100여 개가 넘는 증류소가 있다. 많은 위스키 애호가들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이들 증류소 투어를 담아놓는다. 최근에는 사케의 고장, 일본이 전 세계적인 위스키 강국으로도 도약하며, 지역 내 위스키 증류소를 방문하는 체험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프로그램 일정이 오픈되기가 무섭게 몇 시간만에 전 세계에서 랜선을 통해 투어가 마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엔저 현상까지 더해지며 한국인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전에는 프랑스 등 와인 산지를 찾아 와이너리를 투어하는 프로그램에 몰렸다면 요즘은 주류를 가리지 않고 스토리가 있다면 찾아다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를 대표하는 위스키 장인 김창수씨를 인터뷰한 바 있다. 국내 기술로 전 과정을 소화해 위스키가 생산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본인의 이름을 딴 위스키를 30대 장인이 생산한다는 것에 특히 눈길이 갔다.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 김창수 위스키는 이미 오픈런하는 제품이다. 해당 증류소는 김포에 자리했는데 위스키 애호가로서 내심 도내 이 같은 증류소가 소재한 것이 뿌듯하기도 했다. 이곳에 자리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해서 물었더니 '이렇다할 메리트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조심스레 말해 조금 놀란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증류소를 성장시켜 증류소 투어 명소로까지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을 땐 고맙기까지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한계가 있었다. 수도권에 있다보니 각종 규제에 묶여 생산시설 하나 확장하려 해도 녹록지 않았다. 이후 공교롭게 전통주로 유명한 안동에서 러브콜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숙성이 필수적인 위스키 특성상 시간만 충족된다면 김창수는 그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증류소였다. 왠지 지방으로 뺏긴 기분이 들었다.
수도권 각종 규제로 시설 확장도 쉽지않아
우리술 세계로 퍼지도록 제도 뒷받침 기대
경인지역에서 술도가를 운영하는 이들은 저마다 어려움을 토로한다. 전통주로 인정받는다고 해서 자신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도권이 각종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지만 오히려 확장성 측면에서는 각종 규제로 인해 한계성을 갖는다. 오픈런 신화를 만들며 지난해 시장을 휩쓴 가수 박재범이 선보인 원소주가 전통주임에도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에 느껴지는 바가 크다.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쌀을 사용하고 최근엔 해당 지역에 공장까지 신설한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정부에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자 다양한 규제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본지가 소개한 잠재력 높은 우리 술이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오픈런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되길 기대해본다.
/이윤희 경제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