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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경기도소방재난본부

설 명절 당일 침대 매트리스 위에 전기장판을 켜둔 채로 외출한 가구에서 발생한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을 출동 소방관들이 찾아내 대형 화재를 예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추운 날씨와 난방비 걱정으로 자택에서 난방용품을 사용하는 가구가 늘고 있는 가운데,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 준수가 요구된다.

지난달 22일 오후 4시57분 수원시 권선구 소재 900여가구 규모의 한 아파트단지 입주민 A(43)씨로부터 "아침부터 계속 타는 냄새가 난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당일 오전 7시부터 집안에서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를 맡았다고 한다. A씨는 119신고를 하기 전까지 관리사무소에 문의를 하고, 도시가스측 방문점검도 받았으나 매캐한 냄새의 근원을 찾지 못했다.

감지기·열화상 특이점 없었지만
일산화탄소 비정상적 수치 확인
매트리스 전기장판 '훈소' 진화

신고를 받고 A씨 자택으로 출동한 수원남부소방서 호매실119안전센터 3팀 소속 채봉조·남우정 소방위, 백성환·강지훈 소방사도 처음엔 불이 났을 거라고 단정하지 못했다. 보통의 화재현장과 달리 감지기가 작동하지도 않았고, 열화상카메라로 A씨 자택 구석구석을 탐지했으나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일한 단서는 주방 싱크대 쪽에서 평균치보다 높게 측정된 일산화탄소 수치였다. 측정 결과에 이상함을 느낀 대원들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가스와 전기를 차단했고, 입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전 가구 검색에 돌입했다.

그러나 명절 당일인 탓에 집을 비운 가구가 많아 검색과정이 순탄치 못했다. 특히 A씨 자택 바로 아랫집의 경우 가구주 지인이 도착하고 난 뒤에야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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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불'을 잡아낸 호매실119안전센터 3팀. 왼쪽부터 채봉조 소방위, 남우정 소방위, 백성환 소방사, 강지훈 소방사

아랫집 문을 열자마자 자욱한 연기가 쏟아졌다. 불은 안방 침대 매트리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불꽃 없이 타는 '훈소'가 진행 중이었다. 대원들은 즉시 옥내소화전을 연결해 매트리스에서 난 불을 진화했고,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뻔한 상황을 막았다. 당시 화재는 라텍스 재질 매트리스에 전기장판의 열이 축적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출동했던 남우정 소방위는 "오랜 시간 냄새가 지속됐다는 진술과 가스 측정 결과에 이상함을 느껴 전 세대 검색을 결정했고, 다행히 화점을 발견해 진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경기도에서 발생한 전기장판 관련 화재 건수는 123건으로, 4명이 숨지는 등 모두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기장판을 사용할 경우 외출 시 전원을 끄고, 전기장판을 접거나 무거운 물체에 눌리지 않도록 사용해야 한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