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난방공사)가 평택 고덕신도시 5만3천여 세대를 위해 19.3㎞의 열 수송관 매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화성구간 1.7㎞(완료), 평택구간 12.4㎞(7.4㎞ 완료), 오산구간 5.2㎞(0.2㎞ 완료)로 현재 공정률은 48%다.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오산구간 상당 부분이 주민 반발 및 시와의 갈등으로 인해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오산 구간 착공 지연은 수송관 매설 노선 변경 때문이다. 당초 오산구간 노선은 동부대로 지하 매설이었는데 동부대로 공사가 장기화하면서 아파트 등 도심 한복판 주거지를 가로지르는 노선으로 변경된 것이다. 변경된 노선대로라면 열 수송관은 오산시 부산동의 3천300여 가구 아파트 단지를 인접해 지나가고 초등학교 정문 앞을 파헤치고 공사해야 한다.

인구밀집지역으로의 노선 변경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안전하지 않다는 항변이다. 최근 10년간 23건의 열수송관 파열사고가 있었는데 모두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2018년 고양 백석역 시내 한복판에서 배관이 터지면서 화상 등으로 1명이 사망, 50여 명이 다치고 도로가 침수되는 피해도 있었다. 이 같은 사고 때문에 지역 민심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특히 초교 주변 공사에 대한 우려가 크다.

난방공사의 일방적인 노선 변경이 갈등을 키웠다. 오산지역에 열 수송관 노선을 계획하면서 어떠한 사전 협의도 주민설명회도 없었다. 시민들은 타 지역 신도시의 열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 그곳에 신규 시설을 건설해야지 장거리 수송관 매설은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오산시는 민원 해결을 위해 도로점용허가를 불허해 수송관 매설사업을 지연시켰지만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그러자 대안으로 초교 앞 노선 변경을 위해 한국도로공사가 소유한 경부고속도로 오산IC 북측~오산졸음쉼터까지의 유휴부지에 열수송관 설치를 제안했지만 이번엔 도로공사가 반대했다. 난방공사의 공사 강행을 막기 위한 행정이 모두 무산된 것이다.

난방공사의 시공 권한을 제한하기 힘든 상황에서 시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쯤에서 공기업인 난방공사의 공적 책임을 강조하고 싶다. 애초 노선 결정 과정에서 지자체와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바람에 생긴 갈등이다. 지금이라도 오산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