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시행 24년간 단 1건'.

지방자치 활성화와 민주주의 주민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주민이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청구(발안)제'가 도입된 지 햇수로 무려 24년이 됐지만, 이를 통해 실제 정해진 조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제도 자체의 홍보가 미흡한 데다 참여의 조건도 까다로운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주민 스스로 각 지역에 꼭 필요한 규칙을 만들 수 있는 제도인 만큼, 이를 사장 시키지 않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보 미흡하고 조건도 까다로워
지역인구의 일정 비율 서명 필요


주민조례청구제는 1999년 주민들이 직접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고 도입됐다. 도입 당시 청구요건은 일부 광역자치단체를 제외하고 각 지역 인구의 100분의 1 이상 서명을 받아 자치단체장이 제도화 여부를 정했다.

주민들이 스스로 권익 증진을 할 수 있도록 장치를 고안한 제도였으나 정작 도입 이래 청구 접수사례는 도에서 단 4건에 그쳤다. 이중 조례제정의 성과로 이어진 사례는 2003년 청구된 '경기도 학교급식지원 조례안'이 유일하다. 당시 청구인원 16만6천24명을 기록해 경기도의회에서 실제 조례제정으로 이어진 바 있다. 

 

하지만 2009년 청구된 '경기도 대학생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안'은 서명기간 중 경기도의원이 해당 조례안과 동일한 안을 발의하며 도민 서명이 중단됐고 2019년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 전부개정안'은 청구인원 17만8천434명을 충족했지만, 성평등 찬반 여론이 팽팽해 결국 의회에 상정되지 못한 채 자동폐기됐다.

지난해 8월 청구서명을 시작해 지난달 16일 마감된 '경기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안' 역시 서명인수가 615명(전자서명)에 그쳐 청구요건(3만2천951명)을 갖추지 못하고 폐기됐다.

道 4건 접수… 성과 2003년 유일
'성평등 조례' 찬반 팽팽해 폐기


경기도내 시·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양평과 안성에서 청구요건이 충족된 사례가 있지만, 제정된 건은 양평군의 '군민안전보험 조례안'뿐이다. 안성 시민단체가 청구 요청했던 '탄소중립 정의로운 전환 기본 조례안'은 서명요건(2천328명)을 갖춰 시의회로 넘어갔으나 상위법령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상임위 심의 테이블에 올리지 못하고 기각됐다.

이밖에 부천과 남양주시도 조례 청구 시도가 있었으나 요건을 갖추지 못해 폐기됐으며 나머지 시군에선 청구 접수사례가 전무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주민조례청구로 조례가 제정된 사례는 서울(1건)·제주(4건)·충북(2건) 등에만 있을 정도로 희귀한 제도가 됐다. → 관련기사 3면("주민조례청구 활성화, 기준 완화보다 자치회 참여 유도를")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