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송차량으로 이동하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1.17 /공동취재

8개월 간 도피 끝에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두고 '대북송금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쌍방울과의 연관성을 밝힐 단서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주로 거론됐는데, 김 전 회장의 검찰 진술을 통해 쌍방울이 이 대표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대북정책 자금을 지원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수사 초점이 옮겨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17일 국내로 송환된 김 전 회장이 구속될 당시 가장 주목받던 혐의는 이 대표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다. 지난 2018년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수십억대 변호사 수임료를 쌍방울이 대신 지원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편법적으로 발행한 전환사채 20억원, 현금 3억원 등으로 변호사비를 대신 지불했다고 보고 있다. 영장 청구 당시 이와 관련한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김 전 회장이 200억대 전환사채 거래 관련 내용을 허위로 공시한 혐의를 조사하면서 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해 관련 정황을 수사할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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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중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17일 오전 취재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3.1.17 /공동취재

하지만 김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전개되면서 '대북송금 의혹'이 핵심 혐의로 급부상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북한에 850만 달러를 건넸다면서 이 중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 '스마트팜'(농림복합형 시범농장) 사업비 지원금이 500만 달러,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이 300만 달러, 북측 고위급 인사에게 따로 50만 달러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본래 쌍방울이 자체적으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북한에 보냈다는 자금이 사실 이 대표의 경기도를 지원할 목적이었다고 밝혀진 정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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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북정책 자금을 고리로 경기도와 쌍방울 간 협력관계가 점차 드러나면서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로서 관련 실무를 총괄했던 이화영 전 부지사와, 북측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했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부수 회장의 입으로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 전 부지사와 안 회장은 경기도의 대북협력을 지원하는 대가로 쌍방울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 안 회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쌍방울의 대북정책 지원 과정 및 경기도와의 연관성을 밝혀낼 단서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