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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재 인천본사 사회교육부장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는 걸어서 족히 40분은 걸렸다. 버스가 하루에 서너 번 다니던 시골이었다. 그나마 등·하교 시간대는 운행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다. 언제부턴가 그 버스도 다니지 않았다. 마을 어르신들의 푸념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학교 사물함도 없던 시절이었다.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지고 먼 길을 걷고 또 걸어야 했다. 한여름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학교 근처에 사는 녀석들이 제일 부러웠다. 촌구석에 사는 내 처지를 원망했다. 중학교는 더 멀었다. 그래서 꾀를 냈다. 원치 않던 보습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랐다. 하굣길 힘을 덜 심산이었다. 학원차량이 집 근처까지 데려다 줘서다. 고등학교는 시내에 있어 더 멀었다. 학창시절 등·하굣길이 그렇게 멀고 험했다.

최근 설 연휴에 한 40대 아버지의 제보를 받았다. 중학교 졸업반 딸아이를 둔 윤모(43)씨는 인천 일반계 고등학교 배정 결과에 분통을 터뜨렸다. 사연은 이랬다. 최근 추첨을 통해 그의 딸이 배정된 학교는 인천 부평구의 한 여고였다. 통학하는 데 1시간이나 걸리는 학교였다. 계양구 동양동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인천도시철도 1호선 귤현역에서 전철로 갈아타 부평역까지 가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한 포털에서 윤씨 딸의 등·하굣길 대중교통 노선을 검색해 봤다. 한 번만 갈아타면 되는 버스 노선들을 일러줬다. 이 역시 1시간은 족히 걸렸다.

근거리 통학은 학교 배정의 가장 큰 기준이 된다. 명색이 인구 300만 광역시인 인천에서 어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버스~전철~버스 1시간 걸리는 딸 등하굣길
부평·계양구 학군 묶여 12순위 배정 '분통'


인천 일반계 고등학교는 1~3학군으로 나뉜다. 중학교 졸업반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학군의 모든 고교를 지망해야 한다. 입학원서에 많게는 20개 넘게 학교를 적어낸다. 학교 배정은 각 지망 순위별 추첨을 통해 이뤄진다. 지원한 학교의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몰려 추첨에서 탈락하면 후순위 학교로 배정받는다.

윤씨 딸은 부평구와 계양구가 하나로 묶인 2학군에 속해 18개 학교를 지망해야 했다. 당연히 집에서 가까운 학교 순으로 적었다. 1~7지망은 계양구 학교였다. 하지만 12순위로 지망한 부평구의 한 여고에 덜컥 배정됐다. 윤씨는 "계양구가 무슨 산골도 아니고 도서벽지도 아니고 계양구에 고등학교가 없는 것도 아닌데, 저희 애는 왜 1시간여 거리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녀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왜 부평구와 계양구를 같은 학군으로 묶어놨는지, 또 학군 내 모든 학교를 지망해야 하는 이유는 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의 물음에 인천시교육청도 속시원히 답하지 못한다. 현행 고교 배정 방식의 도입 시기조차 모른다. 일선 교사들은 5순위 이후부터는 지망의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저 운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5지망 이후의 학교에 배정받은 학생은 400여명이나 된다. 윤씨 딸만 그런 게 아니다. 경인일보 취재로는 계양구 동양동과 귤현동 일대에서만 20여명이 부평구 학교로 후순위 배정됐다.

올해 고등학교 신입생은 신생아가 많이 태어났던 '황금돼지띠' 2007년생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원거리 학교 배정의 원인 중 하나로 이를 지목한다.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이번에 처음 불거진 문제도 아니다. 지난해엔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남학생들이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중구와 동구 학교에 배정받기도 했다. 5개 지역(중구, 동구, 미추홀구, 연수구, 남동구)이 묶인 1학군에서 벌어진 일이다.

시교육청 "2007년 황금돼지띠 많아" 변명 궁색
작년에도 불거진 문제… 근본적 해결책 찾길


괜찮은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전을 일례로 보자. 여기 학생들은 5개 학교를 순서대로 지망한다. 만약 추첨에서 모두 탈락하면 주소지 정보를 기반으로 집과 최대한 가까운 학교로 배정된다고 한다.

인천시교육청이 지난 2일 발표한 새해 달라지는 교육정책 중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다는 원거리 통학버스인 '학생성공버스'. 시내버스 노선이 부족한 서창, 검단, 청라, 송도, 영종 등 5개 권역에서 오는 7월부터 운행될 예정이다.

이 버스는 보완책일 뿐이다. 원거리 학교 배정의 근본적인 해결책부터 찾길 바란다.

/임승재 인천본사 사회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