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에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대통령실 개입' 경선으로 변질되고 있다.

후보 적격심사를 거쳐 오는 10일 컷오프를 앞두고 '윤심' 공방에서 비롯된 '윤핵관' '간신배' 조롱 논란으로 이어진 가운데 당권 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을 디스한 초선 의원들이 다시 나 전 의원을 찾아 위로하는 웃지 못할 모습, 당 지도부가 '대통령에 침 튀기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대통령실의 개입' 논란에 휘말리는 모습이다.

일부 후보는 퇴로 찾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와 전당대회 분위기가 급작스럽게 위축되는 양상이다. 


정진석 "간신배·윤핵관이니 조롱
대통령에게 침 튀기기 마찬가지"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전당대회 초반 재연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논란이나 이들을 가리킨 '간신배' 표현을 두고 "악의적인 조롱"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슨 간신배니 윤핵관이니, 이런 조롱 조의 언사를 일삼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에게 침 튀기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밝혔다.

당권주자인 안철수 후보는 최근 "윤핵관의 지휘자는 장제원 의원"이라며 "그 사람들한테는 대통령의 어떤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 천하람 후보는 "(윤핵관이)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는 간신배들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당내에서 '줄 세우기' 하는 사람, 권력의 앞잡이가 됐다"며 이들의 퇴진을 요구했다.

김기현 당 대표 후보의 후원회장인 신평 변호사가 '안 후보가 당 대표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제로(0)"라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전날 이진복 정무수석을 통해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나 '윤핵관' 표현,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 논란 등을 거론한 안 후보를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는 뜻을 정 위원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측의 전방위 압박에 안철수 후보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도 '철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안 후보는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공개 경고장을 날리는 상황이 되자 속도 조절에 들어간 듯, 이날 오전 라디오 생방송 출연 이후로 예정된 독거노인 및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배식 봉사와 KBS 대담 출연 등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안철수, 모든 일정 취소 '숨고르기'
'나경원 디스' 초선들 羅 찾아 위로
윤상현, 민주당에 총구 '이상징후'


캠프 관계자는 "경선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확전은 자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했지만, 경선 판도는 미묘하게 흐르는 모습이다.

'이대로 가면 전당대회가 분당대회가 될 수 있다'며 날선 비판 대열에 가세했던 윤상현 후보도 지난 주말부터 화력을 민주당으로 총구를 돌리는 등 이상 징후를 보였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에 찍힐 수 있어 '퇴로 찾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당내 싸움이 아니라 민주당에 맞서 싸우겠다"며 지난 주말 민주당사 앞에서 방탄국회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이날은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문 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