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화성시에 있는 한 호텔 대회의장에 전국에서 온 건설인 1천여명이 모였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이하 건단련)가 주최한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건설업체 대표들이다. 회의장엔 '건설노조 불법행위 끝까지 뿌리뽑자'는 대형 현수막이 게시됐고, 김상수 건단련 회장은 "건설업계는 노조의 겁박과 횡포에 숨거나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고, 참석자들은 결의를 다졌다.

건단련은 자기 노조원 채용 강요, 자기 노조장비 사용 강요, 부당 금품요구, 특정 하도급업체·비노조원 배제 등 건설노조의 부당행위를 일일이 거론했다.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집회를 26회나 열고 레미콘 트럭 및 장비의 현장진입을 막았던 양주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건설노조는 건단련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전국건설노조 수도권남부지역본부측은 다단계 하도급으로 임금착취와 고용불안으로 얼룩진 건설현장을 건설노조가 정상화시켜왔다고 강조했다. 조합원 우선 고용과 직고용 요구는 임단협과 법규에 따른 것이며 전임비도 노사합의에 의한 지급이라고 주장했다. 건단련의 집단행동을 현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기조와 관련시켜 폄하했다.

노사 모두 명분을 앞세워 상대의 주장을 경멸한다. 하지만 국민입장에서 보면 노사 모두 자정과 개혁의 대상이다. 건설노조는 정부가 노사법치를 앞세워 자정을 강요할 정도로, 건설현장에서 각종 부조리와 비리와 폭력을 자행했다. 건설공정을 손아귀에 쥔 노조에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머리를 조아리자, 노조 권력이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 됐다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

건설업체들도 다단계 하도급으로 원청 건설비의 대부분을 잠식함으로써 건설시장의 상식과 정의를 파괴해 왔다. 이로 인해 건설노동자의 임금과 안전을 위협받았고, 이는 노조 집단행동의 명분이 됐다. 건설현장 부조리의 선후 원인은 얽혀있지만, 건설현장을 정상화하려면 양측 모두 자성하고 자정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건설현장의 정상화는 공정 사회 실현의 시금석이다. 이익과 이권에 눈 먼 노사 권력이 최말단 하도급업체와 건설노동자의 고혈을 쥐어짜는 부조리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서로의 이권 지키기에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먼저 자정을 선언하는 이성을 발휘해야 건설현장 정상화에 진입할 수 있다. 스스로 못한다면 법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