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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모습. 2023.1.17 /공동취재단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해외도피를 도왔던 최측근들의 행적이 드러났다. 직원에게 호통을 쳐가며 회사 PC를 교체하고, 해외 도피 중 김 전 회장의 '호화 생일파티'를 열어 유명가수를 초대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정황이 이들의 공소장에 적시됐다.

8일 검찰이 유상범 의원실에 제출한 증거인멸교사, 범인도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쌍방울 임직원 12명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0월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법인카드와 차량을 제공했다는 내용에 대한 언론사의 취재가 시작되자 친동생이자 쌍방울 부회장인 A씨에게 "문제가 될 만한 부서의 컴퓨터를 미리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A씨와 쌍방울 윤리경영실 임직원 등은 자신들의 PC 하드디스크를 옥상으로 가져가 망치로 파쇄하고, 재경팀과 총무인사팀 등 관련 부서 PC 하드디스크 11대도 교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에 호통" 컴퓨터 증거인멸
김성태에 수차례 김치 등 보내고
"생일 축하" 태국 풀빌라·골프도

A씨는 지난해 11월 중순 주말 휴일에 쌍방울 계열사 임직원 등을 회사 사무실로 불러모아 컴퓨터 교체작업을 진행하려 했다. 그때 주말에 출근한 해당 부서 직원이 현장에 있었는데, A씨는 증거인멸행위가 발각될 것을 걱정해 퇴근을 종용하는 과정에서 "빨리 나가라고 그래!"라며 소리를 지른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후 A씨 등은 회사 건물 CCTV 전원을 차단하고 이틀에 걸쳐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이 담긴 PC를 특정해 하드디스크를 훼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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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해외도피를 현지에서 도운 수행비서 박모 씨가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3.2.7 /연합뉴스

쌍방울 임직원들이 김 전 회장의 해외 황제 도피를 도왔던 이들의 정황도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의 30년 지인인 쌍방울 계열사 광림 부사장 B씨는 지난해 5월 쌍방울그룹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한 조짐이 보이자 김 전 회장을 해외로 도피시키기로 결심하고 싱가포르행 항공권과 특급호텔을 급히 알아봤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이 수행비서 박모씨 등과 함께 출국한 뒤에도 B씨를 포함한 쌍방울 임원들은 김치, 고추장, 굴비, 고급양주, 전기 이발기 등 도피 생활에 필요한 음식물과 생활용품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수차례 보냈다.

B씨 등은 지난해 7월 말 김 전 회장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직접 태국으로 출국해 2층 풀빌라 리조트에서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낮에는 매일 고급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저녁에는 고급 양주를 마시며 지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의 생일 당일엔 근처 노래방에서 한국 유명 가수를 초대해 성대한 축하 파티를 개최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태국에서 김 전 회장의 도피생활을 도와준 현지 한인협회장에게 보답하기 위해 쌍방울 비서실에 "(김성태) 회장님 해외 뒷바라지하는 친구인데 한 달간 한국에 왔다"며 "회장님이 돈도 받지 말고 우선적으로 무조건 다 해주라고 했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시은·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