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국회는 8일 오후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 찬성 179표, 반대 109표로 탄핵안을 의결했다. 헌정 사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된 적은 있으나 국무위원 탄핵은 처음이다. 이 장관은 즉시 직무가 정지됐고,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복귀 여부가 결정 나게 됐다. 탄핵안 통과에 따라 여야 대립이 더 심화하는 등 정국이 극도로 경색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핼러윈 참사 이후 이 장관은 야권으로부터 줄곧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국회는 지난해 말 야당 주도로 해임건의안을 의결했으나 대통령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참사 뒤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비난을 받는 등 논란을 빚었다. 야권은 사고 당시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예방 조치를 하지 않고 중앙대책본부를 바로 가동하지 않는 등 장관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유가족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며 자질을 문제 삼았다. 자진 사퇴에 이어 경질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탄핵을 추진했다.

정국경색이 불가피하다. 여권에선 이재명 당대표에 쏠린 국민 이목을 돌리기 위한 정략적 의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장관이 어떤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민주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절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국무위원 탄핵에 썼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참사 발생 후 장관의 일부 언행이 부적절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이것을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탄핵소추의 사유가 될 수 없다며 헌재에서 기각될 것이라고 한다. 반면 민주당은 파면됐어야 할 주무장관을 그냥 둔 것만으로도 이 정권은 할 말이 없다며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이 반성하지 않는다며 비상식과 무책임을 바로잡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의회주의의 포기라는 입장을 냈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여야를 떠나 국회가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또다시 사법에 기대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난방비 폭탄과 급격한 물가인상으로 고통받는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이 커진다. 헌재는 6개월 이내 결론을 내야 한다. 결정까지는 국론이 분열되고, 대화와 타협의 장이 설 땅을 잃을 것이다. 정치가 또 민생의 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