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은 국회의원에게 복종해야 하는 충견이다. 멍멍'. 용인시의회 국민의힘 김길수 의원이 지난주 열린 본회의에서 한 작심 발언이다.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과 소속 당에 예속돼 하수인 노릇을 해야 하는 지방의원의 서글픈 현실을 토로했다는 반응들이다. 지역 국회의원 행사에 빈번하게 동원되고, 민원을 대신 해결해야 하는 고단한 처지를 주민에게 호소한 것 아니겠느냐는 공감대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김 의원 발언은 '용인시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 반대 토론에서 나왔다. 조례안은 더불어민주당 이상욱 의원이 발의했다. 기존의 갈등조정협의회 설치와 위원 구성에 관한 조례안에서 설치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위원 임명 권한도 시의회까지 확대했다. 해당 상임위에서 부결됐으나 본회의에서 부활해 찬성 17, 반대 15로 가결됐다. 시의회 의원 구성은 민주당 17명, 국민의힘 15명이다.
김 의원 발언 배경은 지역 국회의원 의중이 조례 발의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죽전지역 민주당 지역위원회는 그동안 죽전 데이터센터 건립에 따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주민협의체 구성을 시장에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장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데 이어 조례를 바꿔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 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주민 14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시장에게 협의회 설치를 요구할 수 있고, 시장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시의회는 지난해 말에도 상임위에서 부결된 '공공시설 개방 및 사용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논란이 일었다. 이 개정안 역시 찬성 17, 반대 15였다. 이 과정에도 민주당 지역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나돈다. 해당 국회의원은 당 행사장으로 공공시설을 사용하려 했으나 정치적 목적이라 불허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기존의 사용 제한 기준을 완화해 정치적 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방의원들에 대한 정당과 국회의원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이 부여한 공천권을 사적으로 휘두른다는 비판이 커진다. 정당과 국회의원 행사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고, 지자체, 기업을 상대로 한 민원 해결사로 전락했다는 자조를 한다. 이제는 '시의원을 동원해 청부 입법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니 시의원 입에서 '멍멍'이란 한탄이 나오는 것이다.
[사설] 국회의원 충견이라며 '멍멍' 외친 지방의원의 자탄
입력 2023-02-12 19:03
수정 2023-02-12 19:03
지면 아이콘
지면
ⓘ
2023-02-13 19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종료 2024-11-18 종료
경기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역점사업이자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온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를 '화성시·평택시·이천시'로 발표했습니다. 어디에 건설되길 바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