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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모습. 2023.1.17 /공동취재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경기도 관계자들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북송금 과정에 관여했다는 행적이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검찰은 경기도가 자체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북한 측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김 전 회장과의 상의를 거쳐 쌍방울그룹에 경기도의 대북사업 자금 대납을 요청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이 유상범 국민의 힘 의원실에 제출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개최된 '제2회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만난 북한 측 인사들로부터 '경기도가 이전부터 계속하여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3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 경기도 관계자들과 상의한 후 같은 해 11~12월 수 차례 걸쳐 북한 측에 300만 달러를 밀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가 이 전 부지사를 고리로 쌍방울그룹의 협조를 받아 이 대표의 방북을 추진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기도 자체 대북사업인 '스마트팜'(농림복합형 농장) 비용을 대납할 목적으로 쌍방울그룹이 500만 달러를 밀반출한 과정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앞서 지난 2018년 9~10월 이 전 부지사 등 경기도 관계자들은 독자적인 대북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대북 브로커'로 불린 안부수 아태협 회장을 통해 북한 측에 남북 교류행사 보조금 5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같은 해 10월에는 북한을 직접 방문해 낙후된 협동농장을 스마트팜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5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북한 측과 약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화영·경기도 관계자들, 
김성태 대북송금 과정 관여 드러나
북한인사들 '방북 성사에 300만 달러 비용 필요' 취지의 제안
수차례 걸쳐 북한 측에 밀반출… 검찰 범죄 혐의점 있다 판단
이화영측 "완전 허구" 부인… 관계자도 연관성 의혹에 선 그어

그러나 경기도가 행사 보조금을 3억 원만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대북제재로 스마트팜 지원금도 지급할 수 없게 돼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되자,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에게 '경기도를 대신해 위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기회 삼아 대북사업을 진행하라', '경기도의 대북사업이 어려워지니 쌍방울이 대신 스마트팜 비용을 북한에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권유했다고 한다. 이에 김 전 회장은 경기도가 지급하지 못한 보조금 2억원을 후원하고 스마트팜 비용 5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향후 대북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 및 이권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자금을 대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쌍방울그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부지사 측은 변호인을 통해 쌍방울그룹의 대납 의혹은 "완전 허구"라고 부인한 바 있다. 14일 이 전 부지사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A씨도 "그런 황당한 일을 전제로 질문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쌍방울그룹과의 연관성 의혹에 선을 그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모두 800만달러 상당의 자금을 밀반출하면서 쌍방울그룹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서적, 화장품 케이스 등에 숨겨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지품에 달러화를 숨겨 중국 선양으로 출국시킨 뒤 현지 쌍방울그룹 관계자에게 전달하는 수법 등이다. 검찰은 이러한 대납 자금에 김 전 회장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형성한 592억원 상당의 비자금이 동원된 것으로 보고 전날 구속된 김 전 회장의 매제이자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모씨 등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자금 흐름을 조사하고 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