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의 가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보다 더 무궁무진하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습지는 파도와 조류를 완화하고, 해상으로부터 육지로 들어오는 각종 물질을 퇴적하는 역할도 한다. 습지는 미생물 활동과 습지식물의 성장을 왕성하게 해 수서곤충이나 어패류에 먹이도 제공한다. 이는 또 물새나 양서·파충류, 소형 포유동물의 먹이가 됨으로써 습지생태계의 다양한 생물상을 유지하게 한다. 탄소를 저장해 기후를 조절하고 수질을 정화한다. 이를 배경으로 여가활동과 관광은 물론 문화적인 가치도 창출해 낸다.

경기도는 서해안선을 중심으로 발달된 습지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습지의 국제인증 격인 '람사르습지도시' 지정에 도전하겠다고 공언한 지역도 많다. 국내에선 창녕 우포늪과 인제 용늪, 제주 동백동산 습지, 서귀포 물영아리 오름, 순천 순천만, 고창 운곡습지·고창갯벌, 서천군 서천 갯벌 등 총 7곳이 지정돼 있다. 도에서 지정도시가 나오면 수도권 최초라는 영예를 안게 된다. 지정될 경우 300억원 넘는 정부 지원에 대한 우선순위를 얻고 매년 수억 원씩 국비지원금도 나온다. 관광 명소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덤이다.

하지만 도전에 나서려던 도시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오는 3월이 공모기간인데 경기지역에서 국가 습지를 보유한 고양(장항습지·한강하구), 시흥(시흥갯벌), 안산(대부도갯벌), 화성(매향리 갯벌) 등 신청 대상 지자체의 움직임은 소극적이다. 람사르습지도시 지정에 따른 이익보다 환경 규제들로 제약받은 습지 인근 지역의 투자 및 개발 사업에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가습지에 지정될 때만 해도 수도권 최초 람사르습지도시 지정에 나서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정작 공모 시기가 되니 참여를 꺼리는 상태다.

지자체의 소극적 태도를 탓할 수만은 없다. 안 그래도 수도권은 규제가 중첩된 지역으로, '람사르습지도시'로 지정되면 정부 지원보다 더 센 '규제'에 갇히게 된다. 도시개발도 환경만큼 중요하다는 게 해당 지역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미래자원이자 생명의 보고인 습지를 버려둘 수는 없다. 습지는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온전히 보전돼야 한다. 눈앞 이익보다 더 큰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 경기도가 나서야 할 때다. 지자체별 교통정리에, 장기적 습지관리 보호방안을 모색하고 해당 지역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책적 창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