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이 제1야당의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 이를 계기로 정치판 싸움은 최근 더욱 막장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적 제거', '검찰 독재', '조리돌림'이라는 말을 써가며 군사정권보다 더한 전대미문의 폭거라고 비판한다. 이 모든 게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정부와 검찰의 작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부정부패', '토착비리'라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라고 압박한다. 여권 중진 의원은 "파렴치한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를 정치탄압이라고 우기는 모습이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비판했다. '초유' 논쟁은 덤이다. 민주당이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라고 반발하자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범죄 혐의자를 대표로 뽑은 것이야말로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라고 했는데 어찌됐든 둘 다 맞는 말 같다.
제1야당 대표 구속영장 놓고 여야 거친싸움
국민들 뉴스인지 드라마·예능인지 헷갈려
국민들은 헷갈린다. 지금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상황이 뉴스인지 드라마나 예능인지, 구분이 안간다. 분명한 것은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콘텐츠보다 자극적이고 흥미롭다. 김건희 특검은 시와 때를 구분치 않고 국회 상임위 단골 소재다. 반말과 고성이 오가는 상황은 나영석·김태호 PD가 와도 연출해 내기 힘들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의원들 간 설전 영상이 콘텐츠화하면 유튜브에서 수백만 조회 수를 넘긴다니 재미는 보장돼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라는 게 인식되는 순간 심각한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온다. 정치의 뜻이 '나라를 다스리는 일'·'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일' 등인데, 이들이 없어져야 다스려지고 바로잡힐 것 같다는 것은 소수의 생각만이 아니다.
정치라는 분야에서도 '막장' 콘텐츠가 대세인데,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우 '첫째도 둘째도 민생'만 이야기하고 있으니, 대중들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인지도 역시 약해져 간다. 난방비폭탄, 버스요금 인상 등 민생과 직결된 현안을 챙기며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교양' 콘텐츠가 감히 '예능'을 넘보기는 힘들다. 너무 진지하다 보니 재미가 전혀 없는 '노잼'으로 분류됐지만 어쩌다 마련된 방송 출연에서도 "지금은 재정의 건전성이 목표가 돼선 안되고 재정의 역할을 훨씬 강화해야 할 때"라는 진지한 이야기만 한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비상대책, 정책 제시나 비전, 경제 리더십이 부재한 3무(無)정권이다. 시장에서 신뢰도 이미 잃었다고 생각한다"고만 하니 연출자는 답답하고 청취율은 떨어졌을 게다.
김지사, 오로지 '민생' 외쳐 대중 관심도 '뚝'
정쟁에 휘말리지 말고 경기도 정치 증명해야
정도를 걷고 품위를 유지해서는 정치라는 거친 카테고리에서 이용자들에게 유용한 콘텐츠로 추천받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모 부단체장마저 자신의 체급을 착각하고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 논란에 '이 양반은 왜 이러실까'라고 싸움을 걸어온다. 정치는 희망이어야 하는데 이미 품격이 실종됐다. 단순히 김동연 지사의 인지도와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민생'보다 '정치'를 챙기라고 조언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비록 탄산음료 같은 짧은 청량감을 줄 수 없다 하더라도 생수처럼 수분 보충이라는 기본에 충실할 수 있는 기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지사에게 부탁한다. 정쟁에 휘말리지 말고, 경기도 민생을 통해 정치를 증명하라. 김동연의 효능감은 현 정치권에 대안이 돼야 느껴질 수 있다.
/김태성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