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5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경기도 비상구 신고포상제'의 포상금을 단 9명의 전문 신고꾼 '비파라치(비상구+파파라치)'들이 독식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 중 반 이상은 경기도민도 아닌 데다 한 명이 한해 최대 3천만원까지 수령한 사례도 있었다.
용인시 수지구의 상가 지하 노래방을 운영하는 A(50대·여성)씨는 지역 노래방 운영자 수십 명이 포함된 SNS 연락망에서 다수에게 "비상구를 조심하라"는 내용을 전해 들었다. 출입구 계단 바로 앞 방화문을 열어둔 채 두거나, 비상구 앞쪽에 적치물을 쌓아 둔 것을 신고당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할 소방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지역에 접수된 신고는 모두 114건이었다.
경기도, 매년 5천만원 예산 투입
적치 등 적발시 건당 5만원 지급
이러한 동시다발적인 신고들은 사실 소수 '비파라치'들의 행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2019년부터 이러한 비상구 폐쇄 등 위반행위에 대해 건당 5만원씩, 매해 1천 건 분량인 5천만원의 예산으로 포상금을 지급하는 신고포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 예산은 2019년부터 4년 동안 매해 11~12월이면 모두 소진됐는데, 이중 95%가량을 매해 동일한 9명이 수령한 것이다.
더구나 이들 중 반은 도민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타 지자체에도 유사한 신고포상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연간 신고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단서 조항이 있는 반면, 도의 조례는 별다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이를 노리고 타 지자체 주민이 도내 사업장을 물색하러 다닌다는 것이다.
대체로 밀집한 상가 내 노래방, 식당 등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과태료가 부과돼 소상공인의 피해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적발된 영업점은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절반 이상은 타지자체 주민 수령
한명이 1년간 3천만원 챙기기도
문제 반복되자 월 횟수 제한 검토
앞서 비상구 신고포상제는 지난 2010년에도 도내 조례로 시행됐지만 무분별한 포상금 지급 문제로 2년 만에 폐지됐다. 이후 2019년 부활해 4년째 시행 중이지만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면서 월 신고횟수 제한을 두는 등 보완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한 사람이 한 해 최대 3천만원까지 수령한 경우도 확인됐다"며 "시행 초기에 신고를 활성화하고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운영하다가 관련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를 접수해 현재 한 명당 월 5회까지만 신고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신고의 취지가 부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상습 신고자들을 상대하면서 곤란한 경우가 있다"면서 "조례에서 정한 기준대로 건물 내 안전을 보장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