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제야 이곳을 들어오는 이들의 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차림새를 한 수십 명이 헬멧과 보호구를 옆에 두고 급히 손을 씻으며 들어온다. 익숙한 듯 담소를 나누는 중장년과 무표정으로 각자 휴대전화만 보는 젊은이들이 함께 대기 줄을 이룬다. 한적했던 식당 내부는 몇 분만에 빈 자리를 찾기 힘들어졌다. 언어, 인종, 외양도 모두 조금씩 다른 이들은 이곳 같은 공간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만든 소중한 한 끼 식사를 묵묵히 해결한다.
산업단지 현장 취재를 나서면 소위 '함바집'으로 불리는 식당을 꼭 들른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도 좋지만, 무엇보다 공장 노동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몇 없는 귀한 장소이다.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체계 속 노동자들을 평시에 외부에서 접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몰리는 시간대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얼른 식사를 마치고 휴게 공간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금쪽같은 점심 휴식시간을 쪼개가며 절로 토로하는 말씀들을 듣게 된다.
배고플 땐 밥을 먹어야 한다. 어떤 곳이든 웬만하면 밥 시간은 보장한다. '밥 앞의 평등'은 대체로 잘 지켜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퇴근 후 저녁밥을 미처 못 먹는 노동자들이 매해 수백 명씩 발생한다. 이들의 따뜻한 밥을 보장하도록 마련된 법은 1년 동안 힘도 못 써보고 뜯어 고쳐질 준비를 하고 있다. 같은 밥을 먹으며 생각한다. 푸짐하게 양껏 담긴 이 식사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일까. 적절한 질문거리를 고민하며 퇴식구를 나선다.
/김산 사회교육부 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