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9개월 아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린이집 원장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고의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23일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이정재) 심리로 열린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A씨에 대한 첫 공판에서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사망한 피해아동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살해의 고의는 없었다"고 했다.

피해 아동 측 대리인은 "피고인이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피해자에게는 전혀 반성과 사죄 의사를 단 한 번도 표명한 적이 없다. 인간적 도리로 그렇게 하면 안되지 않나 싶고 적어도 사과 정도는 했어야 했다"면서 "베트남에서 온 피해자 부모는 한국의 교육제도를 신뢰하고 어린이집에서 건강할 것이라 믿고 아이를 맡긴 것인데 매우 슬퍼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재판장에는 피해 아동의 부모를 비롯해 아동학대방지 관련 NGO,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모여 방청석이 가득 찬 상태에서 진행됐다. 일부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 아동의 사진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10일 생후 9개월 된 피해 아동이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엎드린 자세로 눕혀 이불과 베개를 올린 뒤, 14분가량 위에서 눌러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달 초부터 강제로 머리까지 이불을 덮거나 장시간 유아용 식탁의자에 앉히는 등 25차례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도 있다. A씨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3월24일 진행된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