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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버스 정류장에서 승객들이 잠실 광역환승센터행 1007번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경인일보DB
 

막바지 영하권 한파가 매서운 27일 오전 7시30분, 수원시 장안구 우만동정류소는 여느 날처럼 시민 20여명이 손을 호호 불며 휴대전화와 버스 대기시간을 번갈아 확인하느라 바쁘다. 그때 빨간색 외관은 아니지만 출입구 앞쪽 '8800번' 번호판이 작게 붙어 있는 회색 버스 한 대가 다가왔다. 10여명의 승객이 기다렸다는 듯 한 번에 탑승했다.

이를 멀찍이 지켜보던 수원시 연무동 주민 이모(50대·여성)씨는 "오늘 늦잠을 자서 저 좌석예약제 버스를 못 타게 됐다.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판"이라며 허탈해 했다. 이씨는 "항상 대기하는 시간이 생기면서 예약버스를 자주 이용하게 됐는데, 일주일 전부터 '예약 경쟁'도 있고 막상 당일에 정시를 지키기 어려울 때도 있어 불편하긴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전 성남시 판교역 인근에서도 20개 광역버스 노선 사이로 회원제로 운영되는 '공유형 버스' 가 한번에 십수 명씩 실어가고 있다.

이곳에서 공유형 버스를 두 달 이용했었다는 성남시 백현동 주민 김모(20대·여성)씨는 "비용 부담 때문에 차라리 30~40분 일찍 나와서 광역버스를 기다리기를 택했다"고 했다. 분당구에서 명동으로 출근한다는 20대 여성 박모씨도 "교통수단을 지하철로도 바꿔봤지만 불편하기도 해서 그냥 20분 더 기다리고 버스로 다닌다"고 했다.

광역버스 입석금지 시행 후 100일이 지난 월요일 아침 출근길, 도민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알아서 갈 길'을 찾고 있다. 진풍경은 또 있었다.

수원시 영통구 주민 고모(40대·여성)씨는 "오늘은 급하게 나왔지만 평소 이곳보다 2~3정류장 앞선 곳에서 승차한다. 거기서는 그나마 빈 좌석이 나는 편"이라고 했다. 수원시 연무동에서 강남역으로 출퇴근하는 50대 남성 김모씨는 "가끔은 조금 덜 붐비는 사당행 버스를 탑승한 뒤 서울에서 다른 강남행 버스로 갈아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타봤지만 불편해 돌아와"
道 '동결'에도 서울발 인상 불가피


도와 국토교통부 등은 출퇴근 시간대 전세버스를 증차하고 운행횟수를 늘리는 등 불편 방지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이날 아침 만난 도민들은 모두 "큰 변화는 없었다"며 조치 사실을 모르거나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학교 개강 등으로 유동인구가 많아지는 3월부터는 대기가 더 길어질 것이란 볼멘소리도 있었다.

한편 올해부터 교통요금이 인상될 조짐이 보이면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서민들은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될 실정이다. 도는 서민 생계를 감안해 버스요금 동결을 선언하고 택시요금은 올해 하반기 재검토로 시기를 조정했지만, 서울시가 이미 연초부터 요금을 올려 운영하면서 수도권 전반의 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3월 초부터 현장점검을 나가면서 수요가 부족한 상황을 분석하고 추가 대책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